"미국 대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에 삼성·SK HBM 포함 가능성"

추가 수출 통제 이르면 내달 발표 전망
블룸버그 "한국 기업 HBM도 규제할 듯"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를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의 경기 이천시 본사 모습. 이천=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치를 공개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인공지능(AI) 훈련에 필수적인 AI 가속기를 자체 제작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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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외직접제품규칙' 근거로 내세울 듯"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현재 D램보다 데이터를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로,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이 공급하는 HBM 등을 결합해 제작된다.

블룸버그는 내달 말 발표 전망인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추가 조치에 5세대 HBM으로 통하는 'HBM3E'는 물론 HBM3(4세대)와 HBM2(3세대)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장비도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과는 달리, 자국 기업이 아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무슨 근거로 강제할지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아직은 어떤 권한을 사용할지 불분명하다"고 전제했다. 다만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FDPR은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했을 경우엔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HBM 제조에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의 설계 소프트웨어 및 장비를 쓰고 있는 만큼, 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과 더불어 3대 고대역폭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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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타격은 제한적" 관측

새 통제 조치는 HBM의 직접 판매만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HBM을 넣어서 제작한 AI 가속기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해 중국향으로 개발한 AI 가속기인 H20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의도대로 중국이 한국·미국 기업의 HBM을 수급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산 첨단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 화웨이는 중국 수출이 막힌 엔비디아의 첨단 AI 가속기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대체품을 자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이 만드는 HBM은 대부분 물량이 미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