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태? 몰라요”…큐텐테크놀로지가 티메프 사태 중심에 선 이유

정윤성 기자 2024. 8. 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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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대표 승인 없이 250억원 움직인 큐텐테크놀로지
기형적인 재무 운영…재무본부장은 행방 묘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큐텐그룹 내 큐텐테크놀로지가 티몬·위메프 등 국내 큐텐 이커머스 계열사의 재무를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의 재무 관리를 계열사에 용역 형태로 맡기고 있었다. 구영배 대표와 티몬, 위메프 대표도 이러한 구조로 인해 대금 정산 지연 사태 가능성을 몰랐다는 주장이다. 실질적인 돈줄을 관리한 큐텐테크놀로지가 사태의 중심에서 자금 흐름을 좌지우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서울 강남구 큐텐테크놀로지 본사에 전담 검사반을 파견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티몬과 위메프 고객들의 환불에 필요한 전산 자료는 물론 판매 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하기 위한 조사다.

앞서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 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재무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티몬은 재무 조직이 없고, 큐텐테크놀로지가 재무와 기술 개발 등을 모두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구 대표 역시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를 아는 사람은 큐텐테크놀로지의 재무본부장밖에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 흐름을 회사 대표도 모른다는 것이다.

구영배 큐텐 대표 ⓒ큐텐 제공

큐텐테크놀로지가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자금 돌려막기의 중심이라는 해석이다. 큐텐테크놀로지는 싱가포르 큐텐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2010년 구 대표가 지마켓을 매각하고 싱가포르로 터전을 옮긴 뒤 이베이와 합작해 설립한 지오시스의 후신이다. 이 회사는 큐텐의 플랫폼 기획 및 솔루션 개발 등을 담당했다.

큐텐은 2022년과 2023년 티몬과 위메프를 각각 인수하면서 두 회사의 재무·개발 조직을 해체해 큐텐테크놀로지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민연금공단 데이터를 보면 2022년 12월 기준 큐텐테크놀로지(당시 지오시스)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15명이다. 이는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인수를 마치고 얼마 뒤인 2023년 6월 648명으로 3배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한다. 그 해 5월 티몬과 위메프의 국민연금 상실 가입자 수는 각각 151명, 344명이다. 통상 국민연금 상실자는 퇴사자를 의미한다. 티몬과 위메프 인수 이후 큐텐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과 통·폐합 등이 이루어진 셈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큐텐테크놀로지의 매출도 크게 뛴다. 2022년 210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2023년 566억원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원대로 1284% 증가했다. 티몬과 위메프 인수 후 조직을 정비하면서 큐텐테크놀로지의 사세와 기능이 점점 방대해지는 중이었던 것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대표도 모르는 회삿돈 행방…계열사 자금 쥐락펴락

관건은 구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컨트롤타워 역할로 큐텐테크놀로지를 활용했는지다. 실제 큐텐은 북미 기반 이커머스 자회사 위시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 명목으로 지난 1월과 4월 티몬에서 총 250억원을 끌어어썼다. 당시 류광진 티몬 대표는 이에 대해 자금이 이미 빠져 나간 뒤 승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억원의 자금 이동이 발생한 4월 류 대표는 돈이 빠져나간 지 나흘 뒤에 해당 결제를 승인했다. 지난 1월 50억원을 큐텐에 빌려줄 때도 류 대표는 자금 대여가 집행 된 지 19일 후 승인했다. 류 대표의 사후 승인에 이르기까지의 결재 단계는 모두 큐텐테크놀로지의 재무팀장과 재무본부장의 몫이었다.

구 대표 역시 계열사 판매대금 중 일부를 위시 인수에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구 대표는 "티몬의 자금이 위시 인수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 돈은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없다"고 밝혔다.

수백억에 달하는 자금이 움직이는 걸 계열사가 통제하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는 지적이다. 각 플랫폼 재무 업무가 큐텐테크놀로지에 모이다 보니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큐텐테크놀로지에 집중된 자금 흐름이 무너지면서 큐텐 계열 플랫폼의 연쇄적 붕괴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종 승인자인 류 대표가 돈이 빠져나간 뒤 사후 승인한 것을 두고 큐텐테크놀로지가 정산 지연 사태의 핵심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구 대표가 큐텐테크놀로지를 통해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움켜쥐고 손쉽게 끌어 쓰려 했다는 것이다.

현재 구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큐텐테크놀로지 재무본부장의 행방은 묘연하다. 지난 30일 열린 정무위 현안질의에서도 재무본부장을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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