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쓰면 재활용률 100%, 왜 안쓰지?"…친환경 캔의 시작 '유일캔'

포천(경기)=이재윤 기자 2024. 8. 1. 14: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르포]1일 본가동 시작하는 유일캔, 경기 포천 디지털센터 가보니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유일캔 디지털센터에서 출력된 알루미늄 캔을 작업자가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에선 생소한 '디지털 캔 프린팅' 기업이 한국에서 첫 걸음을 뗀다. 맥주·음료용으로 주로 쓰이는 알루미늄 캔에 원하는 이미지를 인쇄해주는 '유일캔' 얘기다. 유일캔은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캔의 확산을 위한 해법을 인쇄에서 찾았다. 기존 알루미늄 제관 인쇄는 6가지 색상에, 최소 수량 30만개 라는 문턱이 있었다. 유일캔은 1만6000가지 색을 표현하고, 최소수량은 단 2개 뿐이다. '유일캔'의 등장이 대기업 3사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알루미늄 캔 시장에도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찾은 경기도 포천시 장자 일반산업단지 내 유일캔 디지털 센터는 이달 본 가동을 앞두고 분주했다. 김현숙 유일캔 대표는 다품종 소량작업이 가능한 알루미늄 캔 인쇄 공장을 짓고 이름을 디지털 센터로 지었다. 디지털 센터 부지와 설비, 독일에서 직수입한 알루미늄 캔 프린팅 기계까지 110억원 넘는 투자금이 들었다. 김 대표는 "2년 전에 주문해서 받은 장비로, 세계에서 36번째"라고 말했다.

디지털 센터 내부로 들어서자 알루미늄 캔 인쇄 장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2~2.5m(미터) 정도의 대형 장비에서 500ml(밀리리터) 알루미늄 캔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다채로운 색상과 디자인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국내 수제맥주 업체와 계약을 맺고, 곧 출시 예정인 위스키 하이볼 신제품 용기가 인쇄되는 중이었다.

특수 잉크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건조까지 이뤄져 세척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해상도가 최대 1200dpi(인치당 점의 개수)로 일반적인 도서나 잡지에 쓰이는 정도로 고품질이다. 하루 생산량은 10만캔이다. 김 대표는 하루 30만캔까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4300㎡(약 13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두고 있다. 연간 70억개 정도의 국내 알루미늄 캔 시장의 1%를 커버하는게 목표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유일캔 디지털센터 알루미늄 인쇄 장비에서 출력된 제품이 나오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 대표가 알루미늄 캔 인쇄에 뛰어든 이유는 환경 문제와 국내 알루미늄 캔 생산 구조 등 크게 두가지다. 미세 플라스틱 섭취에 대한 불안과 쏟아지는 PET(페트)병 쓰레기를 감축시킬 대안으로 식·음료 업계에서 주목 받는 소재가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같은 용량의 페트보다 5~10배 가량 비싸지만, 이론상 100% 재활용이 가능해 환경 규제가 강한 일부 국가에선 맥주·음료 뿐 아니라 생수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대형 식·음료 기업 이외에는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는 국내 생산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루미늄 캔 시장은 연간 9000억원 규모인데, 3개 대형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음료 등의 캔이 모두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국내에서 알루미늄 캔에 인쇄를 맞기려면 최소 30만개 가량을 한 번에 주문해야 한다. 중·소 맥주·음료제조 업체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규모인데 최소생산 주문마저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스티커, 수축필름 등으로 알루미늄 캔에 포장을 해 판매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이 높아 재활용률이 떨어진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알루미늄 캔 수거율은 81%에 달하지만 재활용률은 31%에 불과하다. 일본은 98%, 유럽연합(EU)도 80%에 달한다.

유일캔은 하루 최대 10만개에서 최소 2개까지 인쇄가 가능해 대형 업체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 개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올해 예상 생산량은 510만캔, 예상 매출액은 24억원이다. 2027년까지 매출액 324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2040년이 되면 플라스틱의 70%가 사라질 것이란 예상도 있다"며 "알루미늄 캔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최고의 소재"라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시 유일캔 디지털센터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포천(경기)=이재윤 기자 mto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