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날 다르게 봐주셨다"…21세기 새 역사 쓴 대도의 고백, 구단 최초 역사도 보인다

김민경 기자 2024. 8. 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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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조수행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조수행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그러니까 나는 항상 '백업이다'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선수였거든요. 그런데 이승엽 감독님 만나고 나서부터 감독님은 나를 조금 다르게 봐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감사했고 조금 더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두산 베어스 외야수 조수행(31)은 올해로 프로 9년차가 됐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5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조수행은 그때부터 빠른 발이 강점인 선수였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더해 빠르게 1군에서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한정적인 쓰임이었다. 조수행이 팀에 있는 동안 김재환, 정수빈, 박건우(현 NC 다이노스) 등 국가대표급 외야수들이 붙박이 주전으로 버티고 있었고, 박건우가 FA로 이적한 뒤로는 외국인 타자를 외야수로 뽑으면서 자리가 또 좁아졌다. 조수행은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를 해결하면서 주전으로 도약할 때를 기다렸으나 언제나 그를 향한 팀의 기대치는 대주자 또는 대수비였다.

조수행은 이승엽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조금씩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시작했다.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가 사실상 외야 수비 불가 판정을 받은 후반기부터는 조수행이 주전이었다. 조수행은 전반기 타율 0.157에 그쳤다가 후반기에 0.257까지 끌어올리면서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조수행은 그 비결로 언제나 이승엽 감독의 믿음을 꼽았다. 출전 기회가 늘면서 자연히 타석에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올해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도루왕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시즌 50번째 도루에 성공하면서 21세기 들어 최소인 94경기 만에 50도루를 달성했다. 종전 기록은 2008년 LG 이대형과 2010년 롯데 김주찬의 103경기였다.

역대 단일 시즌 최소 경기 50도루 달성 순위표에서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1994년 해태 이종범이 63경기 만에 50도루를 달성했고, 그해 이종범은 역대 최다인 84도루로 도루왕을 차지했다. 1982년 해태 김일권은 68경기, 1995년 롯데 전준호는 76경기, 1989년 태평양 김일권은 84경기, 1988년 해태 이순철은 87경기, 1997년 해태 이종범은 88경기 만에 50도루 고지를 밟았다.

구단 역대 최다 도루도 보인다. 베어스 역대 최다는 1999년 정수근이 달성한 57도루다. 조수행은 이제 7번만 더 도루에 성공하면 구단 최다 역사를 쓰고, 9개를 더 추가하면 베어스 역대 최초 60도루 달성자가 된다.

조수행은 50도루를 달성한 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매년 나는 진짜 많아야 도루 20~30개를 하는 선수였다. 어느 순간 하다 보니까 50개가 된 것 같다. 나도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는 그런 상태"라며 얼떨떨해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KBO리그에서는 흔히 말하는 '대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뛰는 야구가 트렌드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도 했고, 부상 방지를 이유로 뛰는 것을 적극 권장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2016년 삼성에서 뛰던 박해민(현 LG)의 52도루 이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50도루의 벽이 깨지지 않았던 이유다. 조수행은 리그에서 8년 만에 50도루를 달성하면서 다시 한번 뛰는 야구의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이승엽 감독은 조수행이 달성한 50도루의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조)수행이를 봤지만, 그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눈에 보이는 수치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치도 있다. 수행이가 주자로 나갔을 때 투수와 포수, 내야수가 급해진다. 수행이를 견제하려고 빠른 공을 많이 던질 수밖에 없어서 수행이가 지닌 가치는 생각보다 높다. 수행이 뒤에 치는 타자들은 타자를 위한 볼배합보다는 주자를 잡으려는 볼배합을 한다. 타석에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타율 2할5푼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팀에 큰 일을 해 주고 있고, 오랜만에 50도루가 나왔다고 들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고 50도루를 채운 것은, 말 그대로 도루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수행은 "나는 항상 백업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선수였다. 이승엽 감독님 만나고 나서부터 나는 감독님이 나를 조금 다르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조금 더 보답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단 나가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해서 확신을 갖고 항상 뛰는 것 같다. 감독님과 주루 코치님들도 정말 나를 믿어 주셨고, 항상 오히려 더 뛰라고 이야기를 해 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 감독과 코치진에 공을 돌렸다.

▲ 두산 베어스 조수행 ⓒ 두산 베어스
▲ 늘 몸을 날려 베이스에 손을 뻗는 두산 베어스 조수행 ⓒ곽혜미 기자

조수행은 만년 백업 시절 자신의 장점인 도루의 가치를 잘 몰랐다. 장점이 오히려 자신을 백업이라는 틀에 가둬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도루는 곧 조수행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에 만족한다.

조수행은 "솔직히 나는 예전에는 도루의 가치가 그리 크진 않다고 생각한 선수였다. 내가 백업이었을 때 도루라는 이미지가 뭔가 조용히 그냥 묻히는 그런 느낌이 강했다. 이제 베이스도 커지고, 조금 더 뛰기 시작하면서 도루의 가치가 더 생긴 것 같다. 그로 인해서 득점이 많이 나면 또 도루를 더 인상 깊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작년부터는 도루가 가치 있다고 조금씩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베이스를 훔친 경험이 9년 만에 빛을 보고 있다. 조수행은 "백업 시절 뒤에서 보면서 쌓은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투수 습관이나 포수의 성향은 기본적으로 파악하려 하고, 첫 발 스타트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서 첫 발이 늦지 않으려고 항상 생각한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항상 과감하게 뛰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기고 더 뛰는 것 같다"고 했다.

조수행은 프로에 와서 가장 행복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정말 행복하다. 이렇게 맨날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런 적이 진짜 처음이라서. 진짜 맨날 구경만 했지 내가 이렇게 뛴 적이 없으니까 정말 행복하고, 이 시간을 항상 경기마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것 같다는 물음에는 "내가 여태까지 프로에서 야구를 하면서 진짜 제일 빛나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그래도 아직 중간이고,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 내가 마무리를 잘해야 그때 조금 '빛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또 1년 잘했다고 잘한 게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조금 좋은 모습을 보여야 더 빛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올 시즌 39경기를 남겨뒀다. 조수행은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 또 한번 도루에 성공하면서 시즌 51도루를 달성했다. 60도루 이상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인데, 무더운 여름이라 체력 관리를 잘하면서 뛰는 게 관건이다.

조수행은 "도루를 할 때와 안 할 때 생각보다 체력 소모의 차이가 크다. 내가 그냥 도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팀이 견제를 하기 때문에 이 견제가 은근히 체력 소모가 많이 된다. 또 도루까지 하게 되면 체력이 2배로 소모되기 때문에 도루를 한번 하고 나면 숨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질주를 멈출 생각은 없다. 조수행은 "나는 지금 팀이 이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개인 기록은 솔직히 끝나고 나서 생각할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팀이 이길 수 있다면 진짜 최대한 내가 힘들어도 계속 뛸 것이다. 팀에 도움이 될 때까지 최대한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조수행에게 딱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타율과 출루율을 조금만 더 올려달라는 것. 조수행은 현재 타율 0.269, 출루율 0.336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감독은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이유를 밝혔다.

조수행은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제(지난달 30일)부터 감독님께서 타격 연습 시간에 타격을 많이 봐주시더라. 감독님께서도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하는 바람에 그렇게 해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보답을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조수행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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