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LIV대회 관전기-상처를 타인이 치유해 줄 수 있는가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올림픽 기간이다. 가장 재미있는 올림픽 종목 중 하나가 궁극의 팀 스포츠 로잉(조정)이다. 로어는 결승선을 통과한 후에 기진맥진하여 토하기도 한다. 한계 상황에 도달해도 다른 팀원과의 호흡 때문에 템포를 늦출 수 없다. 혼자 잘하는 것도 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팀을 위해 자신을 극단까지 몰고 가는 로어의 사투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로잉이 궁극의 팀 스포츠라면, 골프는 궁극의 개인 스포츠다. 골퍼에게는 티에서 홀까지 거리가 있다. 공은 계속 멈춰서며, 그때마다 정지한 공에 골퍼 홀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동반자가 도움을 줄 수도, 경쟁자가 방해할 수도 없다. 혼자 결정하고 책임지는 골퍼는 외롭다. 긴 배를 함께 들고 가는 로어를 볼 때, 공을 주고 받으며 연습하는 농구선수를 볼 때, 함께 세리머니하는 축구선수를 볼 때, 골퍼는 부러움을 느낀다.
골프선수가 가장 참여하고 싶은 대회가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이다. 궁극의 개인 스포츠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골퍼는 라이더컵 같은 단체전에서 특별한 위안을 얻는다. 단체전 선수처럼 하이파이브할 수 있는 것이 라이더컵이 주는 매력이다. 라이더컵은 상금이 없는 이벤트성 대회다.
LIV 골프(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신생투어로 54명의 선수가 컷오프 없이 3라운드 54홀 경기를 하는 대회)는 팀 형식을 도입했다. 4명의 성적을 합산해 팀 성적을 정한다. 개인전 우승자에게 400만 달러(약 54억5240만원)를 지급하며, 우승팀에게는 300만 달러(약 40억8930만원)를 지급한다.
팀 형식은 불공정해 보이고, 골프의 정신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팀 아이언해드 캡틴인 케빈 나(미국)는 “팀 대항은 선수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킨다”고 말했다. “팀 성적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모든 샷에 신중을기한다”고도 했다.
LIV 영국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7월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스태퍼스셔 외곽 휴양지에 자리잡고 있는 JCB 골프클럽(파71) 미디어센터에서 크러셔스팀 기자회견이 있었다. 디샘보, 케이시, 라히리, 캐틀린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자마자 둥글게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외쳤다. 회견 내내 팀워크가 빛났다. 그들은 같이 연습하며 서로를 잘 챙겨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은 긍정적 에너지로 넘쳤다. 팀원간 우승 경쟁이 벌어질 때도 긍정 에너지가 이어질지 궁금했다.
시상식 후에 레전13팀의 람, 해튼, 빈센트, 수랏이 도착했다. 그들은 우승 상금을 획득했지만, 얼굴에는 기쁨이 없었다. 해튼에게 질문이 던져졌다. “팀이 승리하면서 마지막 퍼팅 실패 충격이 조금이라도 완화되었는가? 아니면 여전히 똑같이 아픈가?”. 해튼이 답했다. “충격은 완화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여전히 꽤 생생한 상처다. 그것을 잊어 버리기는 어렵다. 골프는 일반적으로 개인 스포츠고, 팀 성적이란 개인 성적의 합계일 뿐이다. 팀원들이 좋은 성과를 냈고 승리한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게 개인적인 성과에 대한 기분을 바꾸지는 않는다. 마지막 홀에서 짧은 퍼팅을 놓쳐서 연장전에 가지 못한 것은 정말 최악이다”라고.
기자 회견을 마치고 다른 선수들은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고,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해튼은 홀로 성급히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해튼의 태도에 대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팀 상금은 보너스지만, 보너스 금액이 큰 이유는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다. 팀전과 개인전이 병행되고 팀 성적이 개인 성적의 합인 한에서 팀원과 팀상금의 존재가 골퍼의 개인 성적을 바꾸지는 못한다.
골프는 궁극의 개인 스포츠다. 이는 최초의 골퍼가 첫 티를 코스에 꽂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전통이다. 그것을 바꿔야할 설득력 있는 이유가 없다는 것을 티럴 해튼이 보여 주었다.
윤영호 골프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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