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영배 큐텐 대표, 알짜 계열사 큐익스프레스 경영권 잃는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8. 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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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알짜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
티메프 사태로 나스닥 상장 지연될듯
투자사 크레센도·코스톤아시아 등
경영권 인수 포함 대응책 논의 나서
FI 보유사채 전환 시 경영권 획득 가능
큐텐그룹 지분 매각 통해 정산대금
마련하려는 구 대표 계획 차질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비롯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30 [한주형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큐텐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히던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상실할 전망이다.

기존 FI(재무적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은 구 대표 대신 독자경영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FI가 구 대표의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박탈하게 되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주요 주주 및 채권자 (이하 FI)들은 서로 간 논의를 통해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 FI는 2019년 우선주에 600억원을 투자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와 2021년 큐익스프레스 EB(교환사채)에 300억원과 200억원 후반을 투자한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이하 메티스톤), 그리고 지난 2021년 큐익스프레스 CB(전환사채)에 500억원 투자한 캑터스PE·산업은행PE다. 누적 투자금은 약 1600억 후반이다.

큐텐그룹 내 한국 계열사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이 매각에 나선 가운데, 큐텐그룹 싱가포르 핵심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도 독자경영에 나서면서, 구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는 양상이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싱가포르에 소재해있다.

한국·일본·동남아 등에서 해외직구를 전문으로 하는 물류회사로, 지난해 매출액은 5126억원 영업손실은 537억원을 기록했다.

전세계적인 해외직구 열풍으로 큐익스프레스 매출이 나날이 늘고 있어서,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를 기반으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표면상으로 큐익스프레스는 현재 큐텐과 구 대표가 소유하고 있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따르면, 보통주 기준 큐익스프레스 주요 주주는 현재 큐텐(65.8%)과 구 대표(29.3%)다. 큐텐과 구 대표 지분을 모두 합치면 약 95.2%에 달한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 우선주를 가지고 있는 주요 FI인 크레센도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경우 크레센도 지분율이 34.2%가 되고, 큐텐과 구 대표 지분율은 95.2%서 62.6%로 떨어진다.

이에 더해 코스톤아시아·메티스톤이 교환권을, 캑터스PE·산업은행PE가 전환권을 행사하게 되면 FI들 지분이 50%를 넘게 된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FI 연합이 50% 이상을 가져가서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라며 “FI끼리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I들이 경영권 획득을 포함한 여러 논의에 나선 이유는 ‘구영배 대표’ 지우기에 나서기 위해서다.

실제로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구 대표를 CEO서 사임시키고 후임으로 마크 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로 임명한 바 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엑싯)를 노렸던 FI 입장에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티메프 사태 장본인인 구 대표와의 손절이 필요한 상황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 매출 중 큐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큐익스프레스는 동남아·일본·한국 등을 공유하는 직구 물류를 주로 담당하는데, 큐텐그룹 이외에도 이베이재팬 등 주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한 FI 관계자는 “매출 비중만 보면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그룹의 자회사가 아니라 관계사 정도”라고 설명했다.

큐익스프레스 로고
특히 티메프(티몬+위메프)는 국내 물류와 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큐익스프레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위메프가 큐익스프레스와 거래서 지난해 발생한 매출은 12억원에 불과하다.

또 다른 FI 관계자는 “티메프 비중이 큐익스프레스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안되는데 이번 사태에 함께 엮이니깐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다.

만일 FI가 구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뺏어오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구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알짜인 큐익스프레스의 최대 주주가 큐텐이 었어서 큐텐을 인수할 유인이 있었는데, 큐텐이 큐익스프레스 소수주주로 전락하게 되면 해당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FI끼리의 논의가 막 시작된 단계여서 추후 논의 과정에서 지분율이 일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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