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흥민존' 골에 느닷없는 "대~한민국"… 6만명 함성 뒤덮여

최진원 기자 2024. 8. 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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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vs 팀 K리그 친선경기… 'SON' 유니폼 물결
신영록·유연수, 시축자 등장에 팬들 눈물 '글썽'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치러진 쿠팡 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사진은 이날 손흥민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 입장을 기다리는 축구팬들. /사진=최진원 기자
"사람이 진짜 많아서 놀랐어요. 눈을 돌릴 때마다 손흥민(유니폼)이 보이네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지켜보던 김도영씨(남·28)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구름 관중'이 몰렸다. 이날 주최 측 공식발표에 따르면 6만3395명의 축구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에 도착한 현장은 이미 축구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내린 순간부터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경기장 주변 대형마트와 영화관, 주차장은 제자리에 머물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렵게 티켓팅에 성공한 기자도 인파에 섞여 경기장 입장을 시작했다. 기자가 경기장에 들어가 좌석에 착석할 때까지 땀을 한 바가지 흘릴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31일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앞두고 어림잡아 수백명 이상의 사람들이 손흥민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기다리는 어린이 축구팬들. /사진=최진원 기자
이날 팬들의 관심사는 손흥민이었다. 어림잡아도 수백명 이상이 손흥민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K 리그 팀 유니폼을 입은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날 경기장 입장에만 40분 이상 소요됐다. 경기장 1층부터 3층까지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사람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전 시축자를 소개하자 관중들은 놀란 함성을 질렀다. 불의의 사고로 선수의 꿈을 접었던 신영록과 유연수가 나섰기 때문이다.

신영록은 부축을 받아 조금씩 발을 내딛었고 유연수는 휠체어를 타고 골대 앞으로 이동했다. 신영록이 한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탄식하는 관중도 있었고 눈물을 참으며 코를 훌쩍이는 관중도 있었다.

이날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 등장해 관중들과 인사를 나눴다. 국내 축구 팬들에게 평소 악평을 듣는 레비 회장이지만 특별한 자리였던 이날만큼은 환대를 받았다.

지난달 31일 열린 경기에서 팀 K리그는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3-4 패했다. 사진은 이날 팀 K리그와 토트넘 스퍼의 경기 후반 일류첸코의 두번째 득점에 환호하는 관중들. /사진=최진원 기자
이날 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환호와 응원을 받은 선수는 최근 전북으로 이적한 이승우와 내년 1월 토트넘행을 확정한 양민혁이었다. 전반전을 나선 팀 K리그는 국내 선수들로 꾸려진 선발 라인업으로 토트넘을 상대했다. 국가대표팀에 뽑혔던 조현우, 박진섭, 주민규 등이 등장하자 팬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전반전 20분 동안에는 팀 K리그가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왼쪽 공격수로 출전한 양민혁이 공을 잡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또 골키퍼 조현우가 결정적인 선방을 연속으로 해내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그럼에도 전반전의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친선경기임에도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관중들은 페널티박스에서 넘어진 손흥민이 주심에게 강하게 어필하자 "친선 경기에서도 프로"라며 엄지를 들어보였다.

손흥민은 전반전 두 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일명 '흥민존' 감아차기를 성공시키자 관중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때아닌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관중들도 있었다.

반면 팀 K리그는 주도권을 뺏겼고 전반을 0-3으로 패한 채 후반을 맞이했다. 팀 K리그는 선수 전원을 교체했다. 후반전에 들어온 선수들은 K리그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다. 특히 팀이 지는 상황에 일류첸코의 2골과 오베르단의 오른발 슛이 골대를 갈랐지만 3-4로 패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 6만여명의 관중이 퇴장하면서 일대 교통이 순간 마비되기도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기가 끝난 후 쏟아져 나오는 관중을 정리하는 마포경찰서 경찰관(왼쪽)과 인천 서구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장하준 군. /사진=최진원 기자
경기가 끝나자 경기장 일대에 6만3000여명의 관중이 쏟아져 나와 일대 교통이 순간 마비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미아를 찾는 방송이 계속됐다. 관계자로 보이는 한 여성은 자전거를 타고 돌며 미아가 된 아이의 이름과 옷차림 등을 안내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관중들을 안내하고 현장을 정리했다.

현장에서 만난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동문, 북문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경찰이 배치됐다. 사람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며 "그래도 임영웅 콘서트보단 양호한 편이다. 이 정도면 질서 있게 잘 정리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천 서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온 장하준군(10)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손흥민"이라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지난달 31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에는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의 퇴장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관중이 남았고 주최 측의 통제에 따라 선수들을 기다렸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30분경 늦은 시간임에도 선수단을 보기 위해 경기장에 남아있는 많은 팬들. /사진=최진원 기자
이날 팬들은 선수단의 퇴장을 지켜보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이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들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안전요원의 제지에도 차량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가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토트넘 선수단이 탄 버스가 나오자 팬들은 카메라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선수단은 안전상의 이유인지 별다른 행동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혹시라도 사인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했던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경기장을 떠났다.

최진원 기자 chjo06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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