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돈 사태의 또다른 그림자, '짧은 교육기간'과 빨리빨리 증후군
연돈 사태로 본 프랜차이즈 교육
점주 교육기간 대부분 3~10일
한달이면 창업 가능한 상황
빠른 창업 앞세운 출점 경쟁
美 칙필레 점주 선발부터 심혈
맥도날드 12개월 이상 교육
"본사 광고대로 이틀 교육을 받고 만들어 팔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지난 6월 더본코리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젖힌 연돈볼카츠 한 점주의 한탄이다. 하지만 이 말은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고작 이틀 교육받고 장사할 속셈이었는가"란 비판이 쏟아졌던 거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점주에게 돌려선 안 된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뚝딱' 해치워버리는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허술하고 짧은 교육 시스템도 고질병이다.
'연돈볼카츠' 사태 후 프랜차이즈 업계가 시끄럽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가 "본사가 약속한 기대매출액(예상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에 차이가 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게 도화선이 됐다. 백 대표가 나서 "예상매출액을 보장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다만, 여기서 살펴볼 건 예상매출액만이 아니다. 짧은 교육기간도 짚어봐야 한다. 지난 6월 18일 서울 강남 더본코리아에서 기자회견을 연 연돈볼카츠 한 가맹점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점주들을 모집할 땐 누구나 만들어 팔 수 있다고 했지만, 막상 교육을 받고 장사를 해보니 본사의 광고대로 이틀 교육을 받고 만들어 팔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가맹점주의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틀 교육만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가맹점주에게도 문제가 있다." "본사 직원의 말만 믿고 손쉽게 창업하려 했던 가맹점주도 책임이 크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모든 책임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겨선 안 된다. '손쉬운 창업'을 내걸고 가맹점주를 끌어모으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마케팅 방식도 꼬집어야 한다.
일례로 연돈볼카츠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한 정보공개서에 가맹점주 교육기간을 '10일 내외'로 명시하고 있다. 실제 교육기간은 이보다 더 짧다. 연돈볼카츠는 신규 가맹점주에게 개점 전 2일, 개점 후 3일 등 총 5일간의 교육을 실시했다. 5일이든 10일이든 장사를 시작하는 점주를 교육하기에 충분한 시간인지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더욱이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본사의 노하우를 가맹점주와 공유하고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있다. 그만큼 가맹점주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가맹점주가 창업 초기 혹은 점포를 운영하면서 가맹본부에 교육비를 지불하고 교육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가맹점주 교육기간은 지나치게 짧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단 연돈볼카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창업하는 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가맹본부들은 예비 점주 교육에 며칠을 할애하고 있을까. 햄버거 프랜차인즈 브랜드 3곳(맥도날드·롯데리아·노브랜드버거),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4곳(할리스·빽다방·컴포즈커피·메가MGC커피),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2곳(BBQ·bhc)의 교육기간(이하 공정위)을 살펴봤다.
먼저 햄버거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다른 업종 대비 교육기간이 비교적 길었다. 맥도날드는 가맹점주 교육기간이 39~52주(이하 창업소요 기간 400일)로 가장 길었다. 롯데리아(롯데GRS)와 노브랜드버거(신세계푸드)의 교육기간은 각각 22일(120일), 21일(48일)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2위를 다투는 BBQ(제너시스BBQ)와 bhc(비에이치씨)의 점주 교육기간은 각각 10일, 6일이었다. 짧은 교육기간만큼 매장을 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았다. 예비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창업 의사를 전달하고 매장을 열기까지 기간은 단 45일이었다.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할리스(KG할리스F&B)의 교육기간은 30일(60일 이내)이었다. 빽다방(더본코리아)은 10일(45일 이내), 컴포즈커피는 5일(50일 이내)이었고, 메가MGC커피는 단 3일(38일 이내) 교육만 받으면 창업이 가능했다. 스타벅스(SCK컴퍼니)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의 교육기간(채용 후 바에서 음료 제조하기까지)이 3개월가량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짧은 수준이다.
그럼 우리가 벤치마킹한 미국은 어떨까. 미국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 '칙필레(Chick-fill-A)'의 사례를 보자. 칙필레는 가맹점주를 선발하는 데만 12~24개월을 들인다. 이들이 찾는 가맹점주는 '빨리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업가 정신을 갖추고, 직접 매장을 관리하고, 사업과 실무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이들이어서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발한 가맹점주들은 6주간의 교육기간에 샌드위치 제조, 매장 운영 관련 법적 교육, 직원 고용·관리 방법, 사업 개발, 회계 교육 등을 받는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가맹점을 열 수 없다. 칙필레만이 아니다. 타코벨(1964년), 맥도날드(1955년) 등 미국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각각 '400시간(하루 6시간 기준 66일)' '12개월 이상'의 점주 교육기간을 갖추고 있다.
상권분석 전문가인 김영갑 박사(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업 성패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로 '가맹점주 교육기간'을 꼽는다. 가맹점주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브랜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교육기간 등을 짧게 만들어서 점포를 확대하는 데 몰두해온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한국 프랜차이즈는 이 '빨리빨리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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