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파충류 코모도왕도마뱀은 ‘쇠 이빨’로 사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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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왕도마뱀은 평균 몸길이가 3m, 몸무게 150㎏에 달하는 거대 파충류로 곤충, 조류뿐 아니라 사슴, 산돼지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포식자로 유명하다.
최근 코모도왕도마뱀이 이렇게 강력한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독특한 치아 구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아가 연구진은 이렇게 치아에 철분이 풍부한 것은 코모도왕도마뱀을 포함한 파충류들의 공통점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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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끝에 날카로운 ‘주황색 톱니’
“최상위 포식자 진화에 큰 역할”
코모도왕도마뱀은 평균 몸길이가 3m, 몸무게 150㎏에 달하는 거대 파충류로 곤충, 조류뿐 아니라 사슴, 산돼지 등 대형 포유류를 사냥하는 포식자로 유명하다. 최근 코모도왕도마뱀이 이렇게 강력한 포식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독특한 치아 구조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런던대 아론 르블랑 박사 등 연구진은 7월2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은 철분으로 덮여있어 먹이를 찢어먹을 만큼 날카롭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의 치아에서 철분이 풍부한 주황색 법랑질(이의 표면을 덮고 있는 단단한 물질)을 발견했다”며 “이는 코모도왕도마뱀이 최상위 포식자로 진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모왕도마뱀의 이빨에서 처음 주황색 법랑질을 발견했을 때 연구진은 단순한 얼룩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르블랑 박사는 “박물관에 보관된 코모도왕도마뱀의 치아 표본 여러 개를 살펴본 뒤에야 이것이 이 종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연구진은 고출력 엑스레이(X-ray),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해 코모도왕도마뱀의 치아 구조와 특징, 성분 등을 조사했다. 또 레이스왕도마뱀, 물왕도마뱀 등 다른 왕도마뱀 종들과 육식성 파충류인 악어, 멸종한 공룡의 치아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파충류들의 치아에서도 비슷한 철분이 발견됐다. 하지만 철분이 이빨을 코팅한 것처럼 뒤덮은 것은 코모도왕도마뱀뿐이었다.
철분은 특히 이빨의 가장자리에 주황색 톱니 모양으로 농축되어 있었다. 르블랑 박사는 “철분은 치아의 다른 부분에는 없었고, 이빨의 끝부분과 절단면에 집중되어 있었다”며 “주황색 얼룩과도 정확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을 감싸고 있는 ‘주황색 톱니’는 두께가 20㎛ 정도로 놀라울 정도로 얇았다. 이는 사람 머리카락 두께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이렇게 강하고 날카로운 코모도왕도마뱀의 이빨은 큰 먹이를 찢어먹는데 적당할뿐 아니라 미처 소화하지 못한 털이나 뿔 등을 게워낼 때도 이빨이 산성 소화액에 부식되는 걸 막아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은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치아를 갖게 된 것일까. 동물의 고기에는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연구진은 코모도왕도마뱀의 먹이에 포함된 철분이 이빨에 누적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펴봤는데, 잇몸에서 새로 자라나는 이빨에서도 철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연구진은 치아의 법랑질을 만드는 세포가 이러한 ‘철분 톱날’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봤다.
나아가 연구진은 이렇게 치아에 철분이 풍부한 것은 코모도왕도마뱀을 포함한 파충류들의 공통점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멸종한 육식 공룡의 치아에서도 비슷한 주황색 법랑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만, 철분은 검출되지 않았았는데 연구진은 공룡이 화석화하면서 세월에 의해 철분이 소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육식 공룡의 치아에 대한 연구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오언 에디슨은 이번 발견이 사람의 치과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치아 구조를 이용해 인간의 치아 법랑질을 재생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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