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 사상 첫 ‘2관왕’…오상욱은 왜 자신을 의심했을까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오상욱(28·대전시청)은 2024 파리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신예 도경동은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오상욱은 대표팀의 완벽한 ‘에이스’로 자리 잡은 파리 대회에서 굵직한 기록을 여러 개 남겼다.
지난달 27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메이저 국제대회 개인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1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헝가리와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선 45-41로 승리하며 ‘단체전 3연패’와 함께 한국 펜싱 사상 첫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오상욱은 공식 세리머니 일정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전 금메달을 땄을 땐 그랜드슬램을 해서 좋았고, 단체전 금메달을 땄을 땐 2관왕이 돼 영광스러웠다”면서도 “단체전을 더 수월하게 하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 해야 할 숙제가 남은 것 같다”고 대회를 돌아봤다. 4강 프랑스전과 결승 헝가리전 마지막 라운드에 출전한 오상욱은 상대에게 추격의 여지를 주며 어렵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상욱은 “단체전을 하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경기하면서 머리가 아팠다”며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하다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백지상태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오상욱은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개인전에 온 힘을 쏟고 난 뒤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다만 오상욱은 컨디션과 경기력을 연관 짓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오상욱은 “단체전까지 잘했다면 30분 정돈 자만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메달을 따서 기쁨도 있지만, 다음에 저 선수를 만나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런 의심도 잠깐 들었다”고 말했다. 오상욱은 2020 도쿄와 2024 파리, 두 번의 올림픽에서 개인전 1개, 단체전 2개 등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웬만한 시상대 꼭대기엔 빠짐없이, 그것도 여러 번 서 봤기에 더는 올라갈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상욱은 “금메달을 땄음에도 단체전을 깔끔하게 끝내지 못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아직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는데 구본길, 김정환 선수처럼 더 노련해지는 게 저의 목표”라고 전했다. 이날도 펜싱의 ‘맛’을 느낀 오상욱은 “메달과 관계없이 여운이 느껴지고 배울 점이 있는 경기가 ‘맛있는 경기”라고 말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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