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로드 투 메이저리그 : 에피소드 9 ㅣ 메이저리거 진출이 임박한 KBO선수

연제호 기자 2024. 8. 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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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의 투수 류현진(위)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타자 김하성. 두 선수는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성공한 전형적인 모델이다. 스포츠동아DB

로드 투 메이저리그 9편: ML급 KBO 선수는 누구? 

“안우진·정우영·강백호·김혜성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한다”

‘제2의 류현진’ ‘제2의 김하성’은 누구일까요?

현재 KBO에서 활약하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습니다. 꿈과 열정, 실력과 인성 메이저리그행의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지구촌 최고의 ‘야구쟁이’와 어깨를 나란히할 KBO리거는 누구일까요.

투수와 야수 파트에서 가장 진출이 유력한 선수를 각각 2명 씩 선정해 보았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거들을 양성하는 IMG아카데미 코치로서, 전직 메이저리거로서, KBO를 경험한 선배의 사견을 바탕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경쟁할만한 포텐셜과 능력이 있는 선수는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많아졌다고 보지만 당장 현장에 투입할 만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선정했습니다.

투수 톱2는 안우진·정우영

안우진은 고속 슬라이더와 두둑한 배짱,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를 장착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타고난 투수’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 선수는 야구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타고난 투수’입니다. 1999년생으로 미래가 창창한 젊은 나이, 192cm, 90kg의 당당한 체격에 기반한 강력한 피지컬 능력 자체만으로도 이미 레벨급 이상의 선수라고 판단됩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4km/h에 최고 구속이 100마일에 육박할 정도로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최상위 레벨의 파이어볼러이면서 날카로운 슬라이더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안우진 선수의 슬라이더에 주목하고 있는데 슬라이더 역시 140km 초반에서 150km/h대에 육박할 정도로 직구 못지 않은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2022년 한국야구의 전설 최동원 선수의 탈삼진 기록을 넘어서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세계 어떤 야구 리그이든 투수의 탈삼진능력에 열광하지 않는 리그는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운드에서의 표정이나 행동이 매우 침착하면서도 당당한 배짱이 큰 장점입니다. 마치 10년차 선수의 유연함과 포스가 있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 팀의 에이스 투수들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와도 비슷합니다. 메이저리그 성향과 취향에 딱 맞는 스타일입니다. 

다만 힘으로 윽박지르는 듯 한 패턴은 조절할 줄 아는 여유를 갖고, 변화구의 다양성과 날카로움은 조금 더 세밀하게 다듬어야 합니다. 진출 1년차 시점에서 팀에 얼마나 융화될 수 있는가가 롱런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입니다.

LG트윈스의 정우영은 메이저리그에서 희소가치가 많은 사이드암 투수다. 150km대 패스트볼을 무기로 꾸준히 성장하는 ‘진화하는 선수’로 각광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미완의 대기’ 정우영 LG트윈스의 정우영 선수는 정통 오버핸드 투수가 아닌 사이드 암 투수입니다. 1999년생 안우진 선수와 동갑내기 선수로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영건입니다. 2023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우영은 사이드암 투수로는 임창용 선수 이후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선수가 데뷔 이후 성장하며 구속이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너무 빨리 마이너리그에 도전하지 말고 국내 프로리그의 경험을 충분히 가지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40km/h 초중반대의 속구를 던지더니 해를 거듭할수록 몸이 만들어지고 성장해 151km/h에서 최고구속 157km/h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안우진 선수가 완성형에 가까운 선수라면 정우영 선수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입니다. 사이드암인데도 강한 어깨를 가졌다는 점, 큰 부상 이력 없이 꾸준히 경기에 등판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 큰 강점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이드암 투수의 희소 가치가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투구폼이기에 메이저리그 선수들 역시 정우영 선수를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이드암 투수답게 좀 더 안정적인 제구력과 현재 가지고 있는 슬라이더 이외에 몇가지 변화구를 더 보강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탐 낼만한 선수가 될것 입니다. 

타자 톱2는 강백호·김혜성

KT위즈의 강백호는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통하는 선수다. 선구안과 스윙스피드, 파워 등 3박자를 갖춰 올 시즌을 마치면  MLB포스팅 자격을 얻는 만큼 MLB스카우터들도 강백호 선수를 가장 눈여겨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아픈만큼 성숙해진 국가대표 강타자’ 강백호 현재 국내 타자 중에서 당장 메이저리그에 진출 가능한 선수로는 단연 KT위즈의 강백호 선수를 꼽고 싶습니다. 강백호 선수는 국가대표이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이미 국내외 무대는 검증이 끝났습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개인적으로 여러 위기를 잘 극복하며 성숙해 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강백호 선수는 선구안과 스윙스피드는 물론 파워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강타자입니다. 더욱이 외야수로 활약하다가 3년 만에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투수에 대한 분석과 이해도가 더욱 완숙해 졌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다시 외야수를 전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족한 스피드를 좀 더 보완할 필요는 있습니다. 선수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타이밍인 만큼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해보고 있는 선수입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스스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꿔놓았다는 점은 이 선수가 멘탈이나 의지가 강인한 선수임을 증명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고교시절 투타를 겸업하며 시속 150km/h 중반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릴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고,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어렵지 않게 때려낼 정도로 강한 손목 힘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지난 2년간 부상과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3할 타율을 유지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올해를 마치면 MLB포스팅 자격을 얻는 만큼 MLB스카우터들도 강백호 선수를 가장 눈여겨 볼 것입니다.

키움 김혜성은 수비와 주루플레이, 타격의 컨텍트 능력이 뛰어나 현역 메이저리거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특히 수비능력과 빠른 발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탐낼 만하다. 파워를 더 키우는 것이 과제다. 스포츠동아DB
●‘KBO 역사를 새로 쓰는 다재다능’ 김혜성 키움 히어로즈의 김혜성 선수는 수비와 주루플레이가 훌륭하고 타격의 컨텍트능력은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눈 여겨 볼만한 점은 성장 속도가 어마어마 하다는 점입니다. 데뷔 이후 꾸준히 매해 성장하며 올해는 최고의 타율은 물론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파워도 보강해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이미 기록하고 있습니다. 누상에서 빠른 판단 능력과 주루 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도루 능력 역시 연차가 쌓이며 점차 완숙의 단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수비 능력에 있어서 매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데, KBO 역사상 처음으로 유격수와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기록이 단순 ‘다재다능’을 넘어서 야구 IQ 자체가 천재급임을 말해 줍니다.

빠른 발, 좋은 눈, 안정적 수비 능력에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파워까지 올라가면 메이저리그가 이 선수를 선택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울 것 입니다.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팀 선배 김하성 선수가 그 자신 다음의 메이저리그 진출할 팀후배로 가장 최우선 순위에 둘 정도로 이미 김혜성 선수의 능력을 의심하는 야구인은 없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파워’입니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KBO 무대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한 파워를 갖추었지만 피지컬 능력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경쟁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180cm 80kg의 체격은 메이저리그 선수 평균에 비해 왜소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 레이스와 힘 대 힘의 대결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피지컬 능력과 근지구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신인왕 경쟁을 했을 만큼 좋은 라이벌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 선수로 함께 성장한 동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대한민국 야구의 힘과 위상을 세계 무대에 알릴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봉중근 l 전 국가대표 투수 · IMG아카데미 야구 보딩스쿨 코치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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