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계를 홀린 ‘미남 칼잡이’ [2024 파리올림픽]

오상욱, 한국 첫 펜싱 2관왕… 192㎝ 키 ‘팡트’ 일품
구본길·도경동·박상원과 사브르 단체전 3연패 쾌거

또 해냈다 오상욱이 1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페메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포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파리 =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피스트(펜싱경기장)를 점령한 ‘뉴어펜져스(영화 어벤져스와 펜싱의 합성어)’의 ‘몬스터’ 오상욱의 ‘팡트(fente·찌르기)’는 상대가 알고도 막기 어려웠다. 192㎝의 큰 키로 쭉 밀고 나가는 ‘아타크(attaque·공격)’ 동작에서 나오는 빠른 칼끝이 이미 상대방에 닿아 있다. 실패해도 거침없이 몰아치며 포효하는 공격형 검사 ‘맏형’ 구본길은 팀원에게 끊임없이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결승전의 ‘비밀병기’ 도경동은 8초 만에 5점을 얻어내는 괴력을 쏟아내며 게임의 판도를 바꿔냈다. 팀의 ‘겁없는 막내’ 박상원의 패기는 시합이 진행될수록 하늘을 찔렀다.

‘뉴어펜져스’로 불리는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3회 연속 올림픽 우승을 차지했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 오후(한국시간 8월 1일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페메르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대회 3연패에 성공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종목 로테이션’에 따라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안긴 오상욱은 한국 펜싱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종목 2관왕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의 스타니슬라프 포즈냐코프(러시아) 이후 28년 만이다. 아시아에선 최초다. 한국의 이번 대회 6번째 금메달.

한국 선수단은 1일 오전 기준, 금메달 6개, 은 3개, 동 3개로 종합순위 6위에 올라 있다. 도쿄올림픽까지 총 288개의 메달을 획득한 한국은 12개의 메달을 추가해 하계올림픽 통산 메달 300개를 채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했던 금메달 5개를 나흘 만에 넘어서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앞으로 양궁 남녀개인전과 태권도, 배드민턴, 남녀 근대 5종 등 금메달 기대 종목이 남아 있다. 기존 목표의 2배인 두 자릿수 금메달 사냥도 기대된다.

이날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는 한국 조끼리 준결승을 치르게 돼 은메달을 확보했다. 세계랭킹 2위 서승재-채유정은 홍콩 조를, 세계 8위 김원호-정나은은 말레이시아조를 누르고 준결승에 올랐다. 서승재-채유정 조와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 오전 2시 30분 결승 진출을 놓고 맞대결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