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예지가 쏜 '저세상 쿨함'에 전 세계가 쓰러졌다. 셀럽-인플루언서-외신의 극찬, 김예지는 왜 '파리올림픽 아이콘'이 됐나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그녀의 '저세상 쿨함'이 전 세계의 감성을 꿰뚫어 버렸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임실군청)가 날린 '매력의 총탄'이 SNS를 타고 퍼지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특급 셀럽도, 엄청난 공신력을 내세우는 해외 주요 언론도 모두 김예지의 '쿨한 매력'에 저격당해버렸다.
현 시점, 파리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화제인물은 단연코 김예지다.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제어할 수도 없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처럼, 불과 하루이틀 사이에 김예지는 '월드클래스급 인기'를 끄는 올림픽 최고스타가 됐다.
▶'엄마 명사수' 김예지, 어떻게 떴나
김예지는 지난 7월 28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이때만 해도 김예지는 경기 때의 날선 모습과 대비되는 엉뚱발랄한 인터뷰 때문에 국내 매체들에만 주목받는 정도였다.
하지만 김예지는 이후 며칠 만에 갑자기 '월드스타'로 떠버렸다.
발단은 엑스(X, 구 트위터)에 한 팬이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월드컵 대회 당시 김예지의 권총 25m 세계신기록 달성 영상을 올리면서부터였다. 영상속의 김예지는 '세상에 없는 쿨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극기가 박힌 캡 모자를 거꾸로 돌려 쓴 채 사격용 특수 조준경과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마치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쐈다.
결과는 '세계신기록' 그러나 총을 내리고 탄창을 분리한 채 왼쪽 눈가리개를 '틱' 올려 점수를 확인한 김예지는 웃지 않았다. 표정변화 없이 총을 정리한 뒤 오히려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미련없이 돌아섰다. 마치 암살 임무를 마친 킬러의 냉정한 뒷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모습에 세계인의 감성이 제대로 저격당했다. 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주인공다움 모습이다. 그녀는 세계 최고기록에도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너무 무심하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코멘트였다. 영상 조회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테슬라(CEO)이자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반응했다. 그는 영상에 직접 '액션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따윈 필요치 않다'고 감탄어린 코멘트를 남겼다.
머스크의 코멘트가 기폭제가 됐다. 영상 조회수와 댓글이 폭주하면서 1일 오전 10시 기준 조회수가 무려 3420만을 돌파했다. 지난 7월 30일 영상이 올라온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전 세계 네티즌과 엑스 이용자들은 '엄청난 아우라다' '자세나 표정, 에너지가 마치 전사 같다' '영화 존윅에 나오는 킬러처럼 보인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세계 네티즌을 더욱 열광하게 만든 것은 마치 암살자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표정과 대비되는 반전 매력 때문이다. 특히 올림픽 경기 때 달고 나온 귀여운 '코끼리 인형'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엑스 이용자는 코끼리 인형을 메단 김예지의 사격 장면을 올리며 '어머나! 김예지 선수가 어린 딸의 코끼리 인형과 함께 올림픽에 나섰다'며 김예지의 반전 모성애를 소개했다. 이 게시물 또한 510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바이럴이 만든 이슈, 레거시 미디어가 키웠다
이렇듯 '뉴미디어'인 SNS를 통해 폭발적인 화제가 되자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도 본격적으로 김예지의 '저세상 쿨함'에 빠져 들었다.
미국 CNN은 31일 스포츠 섹션 메인으로 '인터넷이 세계 신기록을 쓴 한국의 올림픽 사격 선수에게 반했다'라며 김예지와 그를 둘러싼 SNS의 뜨거운 관심에 관해 소개했다. 이 매체는 김예지에 대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무심하게 세계 기록을 깬 인터넷 스타'라면서 2024 파리올림픽 주요 인물로 꼽았다.
특히 CNN은 김예지의 패션 센스와 스타일에 대해 "(돌려 쓴) 모자와 안경은 사격에서 단지 기능적인 장식품일 뿐이지만, 런웨이에 나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며 "영상 속의 김예지는 짧은 단발머리에 모자를 반대로 쓴 채 사격용 글래스를 통해 강철 같은 시선으로 표적지를 응시하고 있다.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 나올 법한 장면이다"라고 묘사했다.
이를 필두로 주요 외신매체들이 앞다퉈 김예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미국 타임지는 "김예지의 아우라가 인터넷 세계를 점령했다. 이제 그녀는 금메달을 정조준 한다"라면서 김예지 신드롬에 관해 자세히 소개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여성매거진 '글래머'는 김예진을 '파리 올림픽 최고의 악당(badass)'이라고 지칭했고, 남성매거진 GQ도 '2024 파리올림픽의 최초의 파격스타일 화제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김예지의 매력에 빠진 레거시 미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올림픽 팬들이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수상한 한국의 총잡이 김예지를 향해 '세상에 없던 쿨한 인물'이라며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유력 매체 '더 가디언' 역시 김예지의 세계신기록 영상을 소개하며 "단발머리를 검은색 모자 안에 우겨넣은 채 터미네이터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총알을 발사했다. 노력의 성과가 신기록이라는 결과로 화면에 나타났지만, 무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고 표현하며 김예지를 둘러싼 SNS상의 열광 트렌드를 자세히 전했다.
특히 70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가 키아누 리브스(존윅 시리즈)와 덴젤 워싱턴(이퀄라이저 시리즈), 맷 데이먼(제이슨 본 시리즈) 등 기존에 나온 유명 액션영화 속 주인공들의 사격 장면과 김예지를 합성해 '(총잡이)팀을 새로 모으고 있다'는 익살스러운 '짤'을 만든 것을 소개하며 김예지가 SNS상에서 하나의 새로운 '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파리 올림픽 최고의 화제인물로 갑자기 뜨게 된 김예지는 2일 주종목인 권총 25m에 출전한다. '냉혈악당 포스'를 뿜어내며 세계신기록을 쓴 '전설의 영상'에 나온 바로 그 종목이다. 이제 전 세계의 응원을 받게 된 김예지가 과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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