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슈퍼사이클 시점에 찬물…삼성 노조, 명분·실리 다 잃었다

2024. 8. 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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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노, 李회장 자택 앞 기자회견
무리한 복지포인트 요구 수면위로
전삼노 대표 교섭권 내주초 만료
노노간·노사간 갈등 이어질 우려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삼성전자 노사가 막바지 협상까지 가서도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서 노조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최종 결렬 배경으로 노조가 추가로 무리한 복지 포인트 제공을 요구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노조를 향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시점에도 노사 갈등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노조가 반도체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행부와 대의원은 파업 상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3일간 집중 교섭을 진행했고 사측과 합의를 이루고자 노력했다”며 “올해 교섭은 2년 치의 교섭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휴가 제도 개선 등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오는 5일 국회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와의 합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결렬돼 안타깝다.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막판 교섭에서 ▷노조 총회 연 8시간 유급 활동 인정 ▷전 직원 50만 여가포인트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연차 의무사용일수 15일에서 10일로 축소 등을 제시하며 노조 측 안을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노조활동 인정은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인 노조창립일 유급 휴가를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역시 전삼노 측에서 요구하는 기본 임금인상률 0.5%보다 높다. 연차 의무사용일수 축소를 통한 연차보상비 보상으로 파업 참여 노조원들은 임금 손실을 일부 줄일 수 있다.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대리급은 최소 400만원, 과장급은 최소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극적 타결 방향으로 진행되던 양측의 교섭은 막판에 상황이 반전됐다. 전삼노 측이 추가로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대상 삼성전자 제품 구매 사이트)’ 포인트 200만을 요구하면서다. 파업 참여 임금 손실분을 보상을 위해 현금성 포인트 지급을 요구한 셈이다. 이에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전삼노 측은 장기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교섭 대표권이 만료되는 5일 이후로는 쟁의권을 잃게 된다. 6일부터는 삼성전자에 있는 5개의 노조(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전삼노, DX노조)끼리 대표 교섭권을 두고 다시 논의 해야 한다. 대표 교섭권을 둘러싼 노노 간 논쟁과 지리한 노사 갈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전삼노는 명분과 실리 모두 얻지 못하고 노조원들에게 막대한 임금손실 피해만 입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며 모처럼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발생과 노조 리스크 부각이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 범용 D램 가격 상승과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낸드 제품 수요 증가로 가파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여기에 3분기부터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인 HBM3E 대량 양산을 시작하며 HBM 시장 선두 추격을 본격화한다. 경쟁사 대비 큰 캐파(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는 지금은 노사가 힘을 합쳐 폭발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해 실적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며 “파업 장기화는 회사에도 노조에게도 타격만 입힐 뿐이며, 노조는 진짜 실익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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