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존 윅’ 워밍업 끝났다… 머스크도 반한 김예지, 주 종목서 ‘금메달 갑니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초반부의 최고 스타 중 하나는 단연 대한민국 사격의 김예지(32·임실군청)다. 금메달 리스트가 아님에도, 그리고 다른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사격 종목에 출전한 선수임에도 전 세계가 반할 만한 독특한 캐릭터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진 가운데 막판 집중력을 과사히며 대표팀 동료인 오예진(19·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오예진이 금메달, 그리고 김예지가 은메달을 싹쓸이하면서 한국 사격이 여전히 세계 정상권에 있다는 것을 과시했으며 최고 성과를 낸 2012년 런던 대회 성과를 뛰어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런 김예지는 쿨한 모습으로 전 세계 누리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예지는 적어도 총을 쥐고 있을 때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잘 쏴도 표정 변화가 없다. 그냥 한숨 한 번 내쉬고 끝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런 모습이 전 세계 스포츠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하나의 영상도 큰 화제가 됐다. 이번 올림픽 영상은 아닌데 예전 영상이 ‘역주행’을 하며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널리 퍼졌다. 해당 영상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다.
당시 김예지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다. 변화가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했고, 권총 잠금장치를 다시 확인한 뒤 표적지를 바라본 채 쿨하게 뒤로 돌아섰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에도 별다른 감정의 미동 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경외감을 느꼈다. 해당 영상은 7만3000회 이상 재공유됐으며, 영어와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1만5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당시 김예지는 42점을 쏴 세계 신기록을 작성했다. 당시 김예지는 금메달, 그리고 함께 출전한 양지인(21·한국체대)이 은메달을 획득하며 이번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김예지의 영상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한 메시지를 남겨 더 큰 폭발력을 가졌다. 5월 바쿠 사격 월드컵 당시 김예지의 영상을 어떻게 봤는지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 계정을 통해 “액션 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김예지의 사격 장면에서 받은 감명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외신도 다 난리가 났다. USA 투데이는 “김예지의 멋진 모습이 SNS상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만드는 안경을 쓰고 있다”면서 “그녀는 대회 동안 딸의 코끼리 인형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라고 톡특한 모습을 전했다. 김예지는 총을 든 여전사 이미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코끼리 인형을 허리에 찬 모습으로 팬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도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역사상 가장 쿨한 아이콘 중 하나로 떠올랐다”면서 “김예지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것은 표적지를 확인하고 조준할 때 나온다. 다른 선수들도 김예지처럼 사격 안경을 착용하지만, 김예지는 더 쿨하고 하드코어한 존 윅을 떠오르게 했다”며 유명 영화 주인공까지 언급했다.
미국 CNN 또한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인터넷, 한국에서 신기록을 세운 올림픽 저격수와 사랑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김예지 신드롬을 집중 점검했다. 이 기사는 세계적인 네트워크인 CNN의 메인 페이지게 올라갔을 정도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CNN은 김예지를 두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무심하게 세계 기록을 깬 인터넷 스타”라고 칭찬했다. 이어 경기 당시 김예지가 착용한 모자나 안경 등 스타일을 이야기하면서 “런웨이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이례적인 극찬을 했다. 현재까지 파리가 낳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는 김예지다.
10m 공기권총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사실 김예지는 10m가 주 종목은 아니다. 오히려 주 종목은 25m 공기권총이라고 할 만하다. 머스크가 김예지를 ‘사격 챔피언’으로 표현한 바로 이 그 종목이다. 김예지는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42점)을 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뒤이어 6월 독일에서 열린 뮌헨 월드컵에서는 35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미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컨디션이 좋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이번 파리 대회에서 메달을 넘어 금메달에 도전할 만하다.
6살 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예지는 어깨 부상으로 은퇴까지 고민했으나 각고의 재활을 통해 이를 이겨내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예지는 딸에게 엄마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김예지는 10m 권총 은메달을 딴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엄마 조금 유명해진 것 같다고 말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자신감은 늘 있다. 못해도 금메달 하나는 꼭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 여러분이 믿어주신다면 저 김예지 25m에서 무조건 메달 갑니다”라고 당찬 각오를 밝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김예지의 메달은 한국 사격 역사상 최고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더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으로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던 한국 사격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기록하며 여전한 강세를 이어 갔다. 그러나 지난 2020 도쿄 대회에는 은메달 1개에 그치며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 사격을 이끌었던 스타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세대 교체가 더디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실력은 상위권이지만 금메달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크호스로 뽑혔으나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종목이었고 당일 컨디션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은 한국 사격의 부활을 알리는 완벽한 계기가 되고 있다. 27일 시작부터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이 공기소총 혼성에서 은메달을 합작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었다. 중국 조에 아쉽게 지기는 했지만 모든 관계자들이 ‘기대 이상의 출발’이라고 반색할 정도였다.
기세는 이어졌다. 28일에는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과 김예지(임실군청)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그리고 반효진(대구체고)이 29일(이하 현지시간)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현재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수확 중이다. 역대 최고 성적이라는 런던 대회 당시의 금메달 3개·은메달 2개에 근접했다.
오히려 앞으로 남아 있는 종목이 더 기대를 모았던 점을 고려할 때 역대 최고 성적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를 견인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 대표적인 기대 종목이 세계 신기록 수립자인 김예지, 그리고 세계 랭킹 1위인 양지인이 버티는 공기권총 25m다.
김예지와 양지인(21·한국체대)이 출전하는 25m 권총은 여자 선수 전용 종목이다. 본선 경기는 크게 완사 30발과 급사 30발로 나뉜다. 먼저 완사는 5분 내로 5발을 쏘는 게 한 시리즈로 끝난다. 총 6번의 시리즈를 치러 총 30발을 쏜다. 급사는 표적이 3초 동안만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7초가 지나면 다시 등장한다. 즉, 선수들은 표적이 나타난 3초 이내에 사격을 마치고 7초 동안 대기하다가 표적이 재등장하면 다시 3초 동안 사격해야 한다. 1발당 10점이라 총 60발, 600점 만점이다. 본선 상위 8명의 선수가 결선에 진출해 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결선은 본선과 방식이 다르다. 모두 급사 방식이다. 8명의 선수는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3시리즈로 총 15발을 쏜다. 이후 5발을 쏠 때마다 최하위가 한 명씩 탈락하는 서든데스 방식도 적용된다. 표적지에 10.2점 이상 맞혔을 때만 1점을 얻고, 10.2점 미만이면 0점 처리된다. 급한 상황에서 정확한 사격이 요구된다. 현재 이 부문에서 김예지는 세계 랭킹 4위, 양지인이 2위다. 국내 선발전 당시에는 양지인이 1위였고 김예지가 2위였다. 김예지 못지않은 기대주가 양지인이었다.
김예지가 이 종목에서 본인의 자신감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신드롬을 연장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기와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따르겠지만, 김예지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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