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전도연 등 뒤서 즐기는 쾌속 캐릭터 릴레이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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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란색 죄수복을 입은 여자가 교도소 출소를 준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믿음직한 주인공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제시된 내용들을 짜맞춰 나름의 해석을 내리는 재미를 준다.
'리볼버'는 감독과 전도연이 "가벼운 영화를 하나 찍어보자"고 해서 기획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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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란색 죄수복을 입은 여자가 교도소 출소를 준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 표정 없는 여자의 얼굴이 남다른 사연을 풍긴다. 검은색이지만 반들거리는 실크 셔츠와 몸에 꼭 맞는 스커트, 하이힐을 신고 교도소를 나서는 여자를 반기는 이는 없다. 출소날에 맞춰 찾아온 검사는 "하수영 씨는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며 그에게 누구도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검사의 말과 달리 빨간 차를 몰고 하수영(전도연 분)을 찾아온 여자가 있다. 정윤선(임지연 분)이다. "출소 선물이 있다"며 뭔가를 건네는 정윤선에게 하수영은 묻는다. "죽은 임석용이 보냈니?"
시간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양 받은 아파트를 구경하는 미녀 경찰 하수영은 화사하다. 보라색 셔츠를 입고 진한 화장을 한 그는 연인이자 직장 상사인 임석용(이정재 분)과 함께 으리으리한 새 집에서 살 생각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임석용이 연루된 한 클럽에서 마약사건이 터졌고, 거기서 어쩐 일인지 하수영의 이름이 언급됐다. 사건과 관계된 투자 회사 이스턴 프로미스의 실세이자 대표인 그레이스(전혜진 분)의 동생 앤디(지창욱 분)는 임석용을 통해 하수영에 접근,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면 돈과 분양받은 아파트를 보상으로 주겠다 약속한다.
집행유예로 끝날 것이라는 변호사의 말과는 달리, 하수영은 감방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감방을 나온 하수영은 약속 받은 아파트에 찾아가지만, 이제 아파트의 소유자는 황정미라는 알 수 없는 이름의 여자다. 결국 하수영은 약속을 져버린 앤디를 찾아내 돈과 집을 되찾기 위해 자신만의 수사에 나서고, 민기현(정재영 분)을 찾아간다. 임석용과 함께 과거 하수영의 직장 상사였던 민기현은 하수영에게 쿠키 상자에 담긴 리볼버 총 하나를 건네며 "이걸 가져가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하수영은 민기현이 건넨 총을 잡을까.
'무뢰한' 오승욱 감독이 약 10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리볼버'는 그의 전작이 그랬듯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다양한 인물과 의미심장한 전사를 스타일리시하고 리듬감 있게 제시한다. 이런 특징은 매력으로 작용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믿음직한 주인공의 뒤를 따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제시된 내용들을 짜맞춰 나름의 해석을 내리는 재미를 준다.
마치 릴레이를 하듯 쉴틈 없이 이어지는 캐릭터의 향연은 '리볼버'의 백미다. 감방에서 나온 하수영은 돈을 되찾기 위해 많은 이들을 만난다. 정윤선과 앤디는 물론이고, 신동호(김준한 분)와 민기현, 본부장(김종수 분)과 조사장(정만식 분), 그레이스, 그리고 전사 속 임석용까지. 전도연이 소화한 하수영은 임지연, 지창욱, 김준한을 비롯해 이정재, 전혜진, 정만식, 김종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그려낸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만나 극 중 불꽃 튀는 순간들을 다수 만들었다.
블랙 코미디로 가득한 마지막 시퀀스는 '앙상블의 성찬'이다. '향수 뿌린 미친개' 앤디로 분한 지창욱의 '잘생긴 찌질남' 연기는 박수를 받을만 하다. '리볼버'는 감독과 전도연이 "가벼운 영화를 하나 찍어보자"고 해서 기획된 작품이다. 가벼운 영화라는 기획의도가 잘 반영돼 있다. 무겁게 여운을 주거나 복잡한 상징들로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영화는 아니다. 믿음직한 여주인공의 등에 업혀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종착지에 도착해 있는, 그런 쾌속선 같은 영화다. 러닝 타임 114분. 오는 7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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