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보복 단단히 벼르는 이란…전면전 위험 불사할까
"다른 선택지 없다" vs "전쟁만은 피하려 할 것"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가 이란에서 암살되면서 이스라엘과 '숙적' 이란이 또다시 전면전 기로에 놓였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은 지 3개월 만이다.
이스라엘은 책임을 부인했지만 "적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며 사실상 인정했으며, '손님'을 자국 수도에서 허무하게 떠나보낸 이란으로서는 보복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이스라엘 공격을 직접 명령한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불사하며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지 아니면 수위를 조절하며 확전을 피할지 관심이 쏠린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긴급 소집된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서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군 통수권자이기도 한 하메네이는 이스라엘 공격 이후 확전에 대비해 방어 계획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하마스와 이란은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암살됐다고 밝혔다. 당시 하니예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차 이란을 방문 중이었다.
이스라엘은 암살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적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라며 사실상 인정했다.
이처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란으로 확대돼 중동 전체로 번질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먼저 이번 사건은 자국을 방문한 '손님'이 암살되는 최악의 보안 실패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즉, 적군에게 심장을 내준 상황에서 보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이란이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숙적을 자처하며 중동 전역에 대리 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을 주도하는 만큼, 세력 유지를 위해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특히 하니예의 암살 직전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해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군사령관 푸아드 슈크르를 사살해 보복의 명분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억제하고 주권을 지키며 역내 무장단체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복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외교관계위원회(CFR)의 중동전문가 스티븐 쿡도 하니예의 암살과 베이루트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당사자들이 파괴적인 싸움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로 이란이 확전을 각오하면서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런던 킹스 칼리지의 중동 안보 전문가인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하니예의 암살이 이란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럽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이란의 전략적 계산법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NYT에 전했다.
ICG의 중동 프로그램 국장 주스트 힐터만은 AFP통신에 이란은 "자국의 중대한 이익이 해를 입었을 때만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의 라즈 짐트 선임연구원은 정권의 생존은 이란 지도부의 '최우선 목표'라면서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전쟁은 이란에 '생존의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이란 내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와 경제 불황도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4월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며 경고 메시지는 보내되 전면전은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하는 미국은 우방인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면서도 "전쟁이 불가피하지는 않다"라며 자제를 촉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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