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각자도생’...구영배는 “대출 알아보겠다”
구영배 “매각하려면 영업 재개부터”
이커머스 시장 악화...“현실성 없어”
큐텐 계열사가 매각을 추진한다. 그룹 전체로 파산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각자도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뿐만 아니라 인터파크커머스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큐텐 계열사를 사겠다고 나설 인수자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티몬·위메프에 대해 ‘회생계획 인가전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다. 이는 회생계획이 결정되기 전에 법원 주관하에 M&A를 추진하는 것이다. 인수 합병 작업은 구영배 큐텐 대표와 이사회의 동의하에 추진되고 있다.
먼저 위메프는 중국 이커머스를 대상으로 매각을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분 일부를 먼저 넘긴 뒤 완전히 매각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고정 고객을 확보한 위메프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은 253조원,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의 시가 총액은 395조원이 넘는다.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경영을 위한 매각 작업에 나섰다.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내 언론과 만나 “큐텐그룹에 묶여 도미노처럼 상황이 악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건전한 회사조차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며 “최대한 많은 판매자를 구제하려면 독자 경영이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티메프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며 “독자 경영은 회사 생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매각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본총액은 티몬이 -6386억원(2022년 기준), 위메프는 -2398억원(2023년 기준)으로 모두 자본잠식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 역시 자산총계 1152억원 중 부채가 993억원으로 부채비율이 90%에 달한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인수 의향이 없다며 다급하게 선을 그었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위메프를 인수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관련 기업과 접촉한 사실도 없음을 공식적으로 알린다”고 했다.
구 대표는 물론 내부 인사들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티몬·위메프의 알리 인수 계획을 묻자 “위메프 대표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저는 현재 큐텐레벨에서 론(대출)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사이트를 열어 운영해야 하는데 현재 전자지급결제대행(PG) 서비스가 모두 막혀 있다”면서 “사이트를 열어 사업을 재개하면 고객과 판매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매각 가격이나 지분에도 가치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영업을 재개해야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 구 대표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이 재개되면 추가 피해자가 양산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실성이 없다는 의미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인터파크커머스의 매각 작업도 ‘산 넘어 산’이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 30일 판매자(셀러) 공지를 통해 “인터파크 쇼핑, 인터파크 도서, AK몰은 최근 발생한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영향으로 판매 정산금을 수령하지 못했다”며 “일부 PG사의 결제 대금 지급 보류 영향으로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고 전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여파가 계열사로 확산되는 것을 표현한 대목이다.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큐텐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에 ‘인터파크’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와 함께 브랜드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통보하기도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악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도 의문이다. 쿠팡을 제외하고는 이커머스 대다수의 영업이익률도 악화하고 있다. 실제 11번가, G마켓, SSG닷컴 모두 영업이익률은 10년 전보다 감소했다. SK그룹의 11번가를 비롯해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역시 지금까지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반응도 싸늘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 기업들은 돈을 받고 팔 생각을 하기보다는 돈을 주고 사달라 해야 할 분위기”라며 “결국 인수자는 증자를 통해 회사를 살려야 하는데 부실한 자산을 돈 주고 살 인수자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국·심아란 기자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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