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더위 먹은 한국야구, 5G 109실점 어두운 단면...부족한 선수층+떨어지는 환경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4. 8. 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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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가 폭염에 더위를 제대로 먹었다. 7월 31일 KBO리그 5개 경기서는 무려 109득점이 쏟아졌다. 19득점이 아니라 109득점이 맞다.

반대로 7월 31일 KBO리그 5경기서 109실점이 나온 셈인데 부족한 선수층과 야구 선진국과 비교해 뒤떨어지는 환경이란 어두운 단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두산은 7월 31일 광주 KIA전서 30-6으로 승리하면서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30득점은 역대 한 경기 단일 팀의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삼성 라이온즈가 1997년 5월 4일 대구시민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세운 27득점이었다.

두산 베어스가 7월 3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0득점으로 한 경기 단일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반대로 KIA는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의 제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산 베어스가 7월 3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0득점으로 한 경기 단일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반대로 KIA는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의 제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산 베어스가 7월 3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0득점으로 한 경기 단일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반대로 KIA는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의 제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해당 기록이 21세기 들어서 계속 바뀌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져왔는데, 31일 경기서 두산이 이를 깬 것이다. 7이닝 만에 무려 30득점을 뽑은 두산 타자들의 집중력과 좋은 경기력에 우선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러나 그 다음 사정을 따져보면 사실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30득점을 낸 공격의 대단함 보단 30실점을 한 수비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두 자릿수 이상으로 득점 차가 벌어지면 사실상 경기 승부가 완전히 넘어간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득점 차는 사실상 ‘가비지타임(garbage time·쓰레기 시간)’으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상 백기 투항한 듯한 KIA의 모습과 마운드 운영 양상에 30득점이 가능한 면도 있었다.

7월 31일 KBO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라면 동시간대 열리고 있었던 한국 양궁의 시원한 과녁 명중을 보는 것과는 정반대의 기분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이날 5개 구장에선 앞서 서술했듯이 무려 109득점이 나왔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선 한화 이글스가 KT위즈를 18-7로 완파했고, 도합 25점이 나왔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선 연장 12회 접전 끝에 SSG 랜더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12-11로 꺾었는데 양 팀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23점을 냈다. 잠실구장에선 LG 트윈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11-5로 꺾었다. 양 팀 도합 16점이 나왔다. 고척스카이돔에선 NC 다이노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9-0으로 제압했다. 유일하게 도합 한 자릿수 득점이 나온 경기다.

두산 베어스가 7월 31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30득점으로 한 경기 단일 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반대로 KIA는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의 제물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결과적으로 7월 31일 경기 결과는 한반도를 덮친 폭염과 관련이 없을 순 없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은 최고 기온이 30도에서 37도에 달하는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야구 경기가 펼쳐진 일몰 이후에도 기온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는데, 높은 습도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체감 온도와 피로도 등은 말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 109득점과 109실점이란 상황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각 팀의 전력과 투수진 상황 등을 감안하더라도 7월 31일 경기 유일한 한 자릿수 득점이 고척돔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도 적지 않다.

날이 갈수록 한국의 5~10월은 점차 동남아 지역의 아열대성 기후를 닮아가고 있다. 봄, 가을이란 계절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른 시기부터 평균적으로 높은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훈련 시간까지 더하면 장기간 야외에서 노출되어 있는 야구라는 종목 특성상 한국의 기후 환경 자체가 이제 더는 시즌기에도 경기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올해는 4월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 주간 경기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KBO리그 각 구단들과 구성원들이 적지 않았다. 거기다 더블헤더까지 치러진 가운데 누적된 선수단의 피로도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계속 가중되는 분위기다.

한국의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사진=김영구 기자
더군다나 한국의 야구장 환경 및 제반 인프라는 야구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수 조차 없이 열악하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협소하고 열악한 장소에서 길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상주하며 심지어 경기까지 치르고 있다.

물론 이런 기후 환경이 7월 31일 졸전에 대한 변명이 되진 않는다. 해당 경기서 야구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30득점을 뽑는 환호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30실점을 하고선 야수가 나와 이닝을 마무리 하는 촌극을 지켜봐야 하기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야수가 등판하는 사례가 꽤 많다.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의 복수의 팀들이나 어제의 KIA는 ‘정말 믿고 낼 투수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부족한 선수층에 철저한 마운드 분업화는 꿈도 못 꾼다.

보직 파괴는 물론, 파괴된 역할군에서도 경기를 파괴하는 투수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그 강행군의 여파와 부족한 인프라 및 환경 등의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그 민낯은 부끄러운 측면이 있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 도입 이후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투수가 많지 않다’는 해묵은 KBO리그의 고민과 닿아 있다.

땀을 닦고 있는 두산 베어스 투수 발라조빅. 사진=천정환 기자
일부 야구팬들은 대량실점 경기가 나오면 투수 교체 등을 선택한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비난하기도 한다. 한 시즌 페넌트레이스를 넘어 수년간 응원한 선수들에겐 깊은 유대감이 쌓여 차마 화살을 돌리기도 어렵기 때문에 손쉽게 내리는 선택들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전략적인 선택을 내린 장수에게만 있는 것일까. 싸움을 하는 병사들에게도 상당히 많은 책임이 있는 건 아닐까. 현실은 회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7월 31일 109득점이란 역사적인 순간을 109실점으로 많은 이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초라한 한국야구의 냉정한 현주소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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