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9월 금리인하 논의 가능”... 트럼프는 “대선 전엔 안된다”

김정훈 기자 2024. 8. 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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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다음 회의인 9월 FOMC에서 논의될 수 있다(could be on the table)”고 했다. 이날 FOMC는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그러면서도 11월 대선 전인 9월 18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 여부를 좀 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경제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했다. 이 발언 이후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며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다우평균은 전장보다 0.24%, S&P500지수는 1.58%, 나스닥지수는 2.64% 상승 마감했다. 나스닥은 2월 22일 이후 하루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글로벌 금융시장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원인 파월 연준 의장의 대결 구도에 주목한다. 1일 기준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90% 가량, 0.5%포인트 확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10% 정도인 차이가 있을 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각은 만장일치다. 한 달 전까지만 인하 예상 확률이 60%대였는데, 파월과 연준 인사의 거듭된 시그널로 시장은 금리 인하 예상 확률을 점차 높여 왔다.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질문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11월 대선 전 금리 인하 반대

문제는 9월 금리 인하의 가장 큰 피해자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면 고금리로 인한 경제 부담이 줄면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며, 여당인 민주당 지지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이후 고물가 전쟁에서 민주당 정부가 승리했다는 정치적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한 이유다. 트럼프 지지자들 또한 어차피 50일 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직후인 11월 7일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월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절대 정치적 집단, 정치인 또는 어떤 정치적 결과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아직 치러지지 않은 선거 결과를 염두에 두고 정책 결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결코 넘지 않는 선”이라고 해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파월은 누구의 편일까. 그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처음 연준 이사가 됐고, 조 바이든 정부가 그의 연준 의장 연임을 지지하는 등 두 번이나 민주당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공화당원이며, 트럼프에 의해 연준 의장이 됐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파월은 공화당 편도 아니고, 민주당 편도 아닌 월스트리트 사람이다.”

◇월가에서 경력 쌓아온 파월

파월은 변호사로 일하다 31세인 1984년 투자은행 딜런 리드를 시작으로 월가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49세 연준에 몸담기 전까지 뱅커스 트러스트와 세계 3위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임원을 지냈고, 세번캐피털 파트너스라는 투자회사를 직접 차리기도 했다.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추천한 사람은 골드만삭스 출신의 스티븐 므누신 트럼프 1기 초대 재무장관으로 알려져 있다.

파월은 통화정책보다는 금융규제 부문에서 더 많은 경력을 쌓았다. 전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이 각각 뉴욕대, MIT, 예일대 경제학 박사인 것과 달리 파월은 경제학 학위가 없지만 현장 경험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임 초기 파월은 낮은 수준의 금리를 선호하는 투자은행가의 입장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파보다는 다소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에 가까웠고, 코로나 사태 당시 과감한 통화 완화정책을 이끌었다. “더 많은 규제가 모든 문제의 최선의 답은 아니다”는 그의 발언만큼 규제완화론자이기도 하다.

의장 재임 이후 2019년 7월 금리를 인하했을 때에는 ‘월가의 금리 인상 불안 장애에 갇혔다’는 평가를 감수하기도 했다. 시장이 트럼프의 ‘협박’에 파월이 9월 금리 인하를 주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제롬 파월을 연준 의장에 지명한 후 백악관에서 파월이 발언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협박에 버틸 것으로 시장은 평가

연준법에 따라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지만, 파월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말 한 마디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지만 현재 파월이 받고 있는 연봉은 소박하다. 작년 초 그는 자신이 19만달러(2억6000만원) 연봉을 받고 있다고 칼라일그룹의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루빈스타인과의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 미국 월가의 1년차 애널리스트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그의 재산공개 내역을 토대로 그의 자산이 5500만달러(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트럼프와 파월의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최근 전적은 무승부다. 6월 말과 7월 초 트럼프가 TV토론에서 압승하고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덜어주면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2%포인트 급등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금리 상승(국채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트럼프발 국채 금리 ‘발작’을 잠재운 것은 파월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미국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하락) 경로에 들어섰다”고 했고, 시장은 물가가 진정됐다는 파월의 발언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며, 트럼프 발작 이전 수준으로 국채 금리를 되돌려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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