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모 쓰려면 홍콩 70만원, 한국은 230만원 들어…외국인 가사관리사가 구원투수 되려면 [이은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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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센터와 명품매장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이나 육교, 공원 곳곳에 돗자리나 상자를 깔고 모여 앉은 여성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 카드게임을 즐긴다.
홍콩에서 70만~80만원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급여 수준에 만족하며 대다수가 계속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설문결과도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중산층 가정의 영어 가정교사'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저출생·고령화의 진정한 구원투수가 되도록 하려면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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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수요 예상보다 많지만
月 230만원 비용은 부담
‘중산층 영어 가정교사’ 아닌
저출생·고령화 도움되려면
비용 낮춰 수혜가정 넓혀야
금융센터와 명품매장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이나 육교, 공원 곳곳에 돗자리나 상자를 깔고 모여 앉은 여성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 카드게임을 즐긴다.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손톱 정리를 해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에겐 낯설지만, 홍콩 사람들에겐 익숙한 일요일 풍경이다. 이들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가사관리사들이다. 대부분 고용인 집에서 살면서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데, 하루 쉬는 날일 일요일에 집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한국에도 이달 초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첫발을 내디딘다. 한 달간 교육을 거쳐 9월 초 가정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별도의 숙소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홍콩에서처럼 일요일 서울 도심을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에 대한 초기 수요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사관리사 신청을 위한 전용앱 가입자 수는 이미 2500명을 넘어섰다. 배정 신청까지 마친 가구는 지난달 31일 현재 360가구다. 시범 사업 인원이 100명에 불과하고, 아직 신청마감까지 6일이 더 남은 점을 감안하면 높은 경쟁률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24~38세로 젊고, 고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졌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하는 돌봄 자격증을 땄고, 영어에 능통한 사람도 많다. 한국인 육아 도우미들이 꺼리는 집안 일까지 맡아준다는 장점도 있다. 아이와 영어로 놀아달라는 요청도 많다고 하니, 중산층 이상 가정의 새로운 돌봄 선택지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하루 8시간 이용하면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을 포함 월 23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인에 비해서는 30% 이상 저렴하지만 30대 여성 중위소득(320만원)의 50%를 훌쩍 넘는다. 많은 가정에 혜택이 돌아가려면 홍콩 수준으로 비용이 낮아져야 한다. 1973년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 홍콩에서도 이들의 최저임금이 홍콩 여성임금의 50% 수준에 달했던 1990년대까지는 그 수가 7만명에 불과했으나, 상대임금이 하락한 이후 이용이 급증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논란도 제기되지만, 현지에서 받는 급여가 30만원 안팎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100만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한다고 해서 노동착취로 보기는 어렵다. 홍콩에서 70만~80만원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급여 수준에 만족하며 대다수가 계속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설문결과도 있다. 이번에 한국에 올 가사관리사 선발에도 필리핀 현지 지원자가 580명이나 몰렸다.
돌봄 인력 부족과 비용부담은 육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간병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가구 중위소득(221만원)의 1.7배 수준이다.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육아·간병비용은 여성의 경제활동 위축과 저출생, 요양원 입소 등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중산층 가정의 영어 가정교사’에 머물지 않고, 한국의 저출생·고령화의 진정한 구원투수가 되도록 하려면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도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를 활용하거나 민간기관이 해외 가사관리사를 중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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