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월 금리 인하 신호 나왔지만… 시장 “한은 시계 변동 없다” 10월 인하론 대세

박소정 기자 2024. 8. 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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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기준금리 연 5.25~5.50% 동결
파월 “금리 인하 적절한 시점 가까워져”
FOMC 본 시장 “한은 결정에 영향 없다”
‘뜨거워지는 부동산’ 국내 리스크 ‘관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에서 ‘9월 인하’ 가능성이 시사됐지만,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계가 앞당겨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뜨거워지는 국내 부동산 상황 때문이다. 한은의 ‘10월 인하론’이 더욱 대세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과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모습. /AFP=연합뉴스·뉴스1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하기로 한 FOMC 정례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파월이 언급한 ‘9월 인하’의 전제조건은 인플레이션의 빠른 둔화, 강한 성장률 유지, 노동시장 유지 등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1일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며 “그가 ‘최근의 데이터가 미 연준에 확신을 더해줬으며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언급한 대목은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한층 높여줬다. ‘비둘기파적’(dovish·완화적)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각국의 통화 정책 운용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미 FOMC 회의 결과 관련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오늘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주요국의 통화 정책도 각국의 물가·경기 상황 등에 따라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 “美 ‘비둘기’ 신호, 한은에 변화 주기엔 역부족”

완화적으로 평가되는 이번 FOMC를 계기로 한은이 시기를 앞당겨 미국보다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설지 주목됐지만,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10월 인하론’이란 기존 전망을 이번 미 연준의 결정이 굳히는 역할을 했다는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조선비즈가 FOMC 회의 이후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8명은 ‘10월 인하’의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나머지 1명은 10월 인하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8월 인하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했고, 또 다른 1명은 유일하게 ‘8월 인하’ 전망을 내놨다. 참고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8·10월에 열린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을 한은의 선제적 인하를 막는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은 7월 금통위에서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 확대를 드러낸 한편, 동시에 부동산·가계부채로 인한 ‘금융 안정’을 고려하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냈다”며 “이는 미 연준 외 국내 요인에 좀 더 집중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김병환 금융위원장. /뉴스1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등으로 금융 불균형 리스크가 확대돼, 이와 관련한 한은의 경계가 크게 높아져 있는 상태”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이 9월로 연기되는 등 단기간 내 해당 리스크가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한은이 7월 금통위를 통해 금융 불균형 리스크를 세게 언급했는데, 8월 금통위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톤 다운’(논조 약화) 시킬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이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으로 가는 부담을 이번 FOMC가 다소 누그러뜨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와 연내 여러 차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은 한은의 통화 정책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서도 “금융 안정 논거 중 환율 관련 부담은 점차 줄어들겠으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우려 때문에 한은 결정에 미치는 연준의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듯”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단지. /뉴스1

◇ 7월 금통위서 드러난 ‘부동산 리스크 우려’ 발목

이처럼 시장이 한은의 선제적 인하를 회의적으로 보는 데에는, 7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읽힌 ‘국내 요인에 대한 우려’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한 위원은 “그간의 고금리 기간 중 경제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고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런 한은의 시각은 FOMC 회의 이후에도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날 “국내·외 금융 여건 변화에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세,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이에 대해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은이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단행하는 ‘8월 인하론’도 배제할 수 없단 의견도 존재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유럽중앙은행)·BOC(캐나다 중앙은행)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앞서 먼저 내렸으니, 우리도 그럴 유인이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라며 “앞서 K-점도표(금통위원들의 3개월 후 예상되는 금리 수준 전망치)를 통해서도 한은이 충분히 인하 가능성에 대한 신호를 시장에 줬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8월 인하 단행’이라는 (자사의) 기존 전망이 이번 미 FOMC를 통해 다소나마 확실해졌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전날 금통위 회의록에서 나타난 부동산 시장과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비춰볼 때 동결 소수의견이 포함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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