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자영업자 폐업 ‘사상 최대치’···‘불황형 대출’로 사는 서민들 (종합)
작년 자영업자 폐업 98만6487명···전년대비 11만9195명 늘어
신한·삼성 등 9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 40조원 넘어 역대 최고치
정부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
최근 몇 년 간 이어지는 경기 불황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와는 반대로 임금 체불·자영업자 폐업률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와 더불어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불황형 대출’ 상품은 날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긍정적 평가에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임금체불액 올 상반기에만 1조원 넘어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6월 체불액은 1조436억원, 체불 피해 근로자는 모두 15만503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체불액은 2204억원(26.8%), 피해 근로자는 1만8636명(14.1%)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체불액은 1조7846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는데,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1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반기 기준으로 임금체불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올 하반기 사상 최초로 임금체불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임금체불이 늘어난 데에는 건설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건설업 체불이 전년 대비 49.2% 급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6.0% 늘어 2478억원을 기록했다.전체 업종 중에 제조업이 임금체불 규모(상반기 2872억원)가 가장 크지만, 건설업이 전체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7.6%에서 올해 상반기 23.7%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보건업 체불액도 상반기 71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67.8%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소규모 요양병원 등을 중심으로 체불이 늘어났다.
100만 육박한 자영업자 폐업,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
국내 자영업자들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하면서 연간 80만명선을 유지하던 폐업률이 10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형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내수 부진에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폐업을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고용원 없는 영세 사업자 중심으로 자영업자가 2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 여파는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15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11만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폐업자 수는 2020∼2022년 80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0만명 턱밑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세계 이슈였던 코로나19를 극복한 소상공인들이 내수 부진의 벽을 넘지 못해 힘겹게 끌고 오던 생계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폐업 사유별로 보면 '사업 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전년(40만6225명)과 비교하면 7만5958명(18.7%) 늘어나 증가폭도 역대 최대치다.
폐업 사유는 ‘사업 부진’이 가장 많았고, 이어 기타(45만1203명), 양도·양수(4만369건), 법인전환(4685건) 등이 뒤따랐다.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 폐업이 27만653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비스업(21만7821명), 음식업(15만8279명) 등 내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업종의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임대업(9만4330명), 건설업(4만8608명) 등 지난해 불황이었던 부동산 관련 폐업자도 많았다.
지난해 폐업률은 9.0%로 2016년(11.7%) 이후 줄곧 하락하다 8년 만에 상승했다. 폐업률은 2007년 금융위기 당시 15.2%를 기록한 뒤로 가동사업자 증가 등 영향으로 대체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폐업자가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민들의 급전창구 ‘불황형 대출’ 급증
고금리·고물가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서민들의 대표적인 경기 ‘불황형 대출’인 예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등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올 6월 기준 4조7831억원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였던 2021년 6월 말(2조2413억원)보다 25% 늘었다.
예금담보대출은 경기가 좋을 땐 서민들의 손이 가지 않은 상품 중 하나로, 청약저축담보대출도 마찬가지다. 청약저축담보대출 역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잔액이 3조1714억원으로 최근 4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 약관대출도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4월 말 기준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52조3600억원으로 1년 새 1.89% 늘었다. 기준금리가 1.5%에 불과했던 2022년 4월(47조3259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0.63%나 뛴 셈이다.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자동차담보대출’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자담대’ 한도조회는 1484만 건으로 전년동기(492만 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자담대 상품은 차량만 소유하면 소득조건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어 중·저신용자가 찾는다.
이뿐만 아니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찾는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돌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9개(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37조6171억원)과 비교하면 7.95%(2조9889억원) 불어났다.
카드론의 경우 별도 심사 없이 36개월까지 연 14%대 중반 수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중·저신용자가 주로 찾는 대표적 ‘불황형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카드사에 다시 대출을 받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1조7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3274억 원)대비 34.62%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압박하고 있어 경기 침체가 해소되기 전까지 불황형 대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는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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