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을 때 팔자”… 사모펀드, 금융주 팔아 올해만 1.7조 회수

오귀환 기자 2024. 8.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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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 우리금융 지분 2640억 블록딜
어피너티·EQT 등 외국계도 매도 행렬
사모펀드, 잔여 지분 매각할 지 관심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갖고 있던 금융지주 지분을 잇달아 정리하고 있다. 매각을 통해 올해만 최소 1조7000억원 이상 회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대비 주가 제고) 정책에 더해 고금리로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을 내자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다. 아직 금융지주 지분을 남겨둔 운용사들도 있어, 시장에서는 이들이 추가 매도에 나설 지 아니면 전략적 목적을 위해 지분을 더 들고 갈 지 주시하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지난달 30일 우리금융지주 지분 2.3%를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1만5737원이다. IMM PE는 이번 거래로 2640억원의 현금을 손에 넣었다. IMM PE는 지난 3월에도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 지분을 매각해 각각 1800억원, 1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IMM PE는 지난 2016년 예금보험공사가 매각한 우리금융 지분 6%를 4500억원에 사들여 과점주주가 됐다. 이번 매각으로 투자 원금은 회수했고, 잔여 지분은 고스란히 시세 차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잔여 지분인 1.3%를 이번 매각과 같은 가격에 팔면 기대 이익은 1600억원에 달한다. 그간 받은 배당금을 포함하면 더 큰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 지분의 경우 두 차례에 걸쳐 확보했다. IMM PE는 2020년 오렌지라이프로부터 380만여주를 약 1000억원에 매입했고, 2019년엔 7500억원을 투자해 주당 4만2900원에 신한금융지주 전환우선주(CPS) 1748만주를 사들였다. 지난 3월에 매각한 지분은 오렌지라이프로부터 사온 물량으로 추정되는데, 시세 차익은 700억원 수준이다.

IMM PE뿐만 아니라 다른 PE들도 금융지주 지분 매도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닻을 올린 곳은 글로벌 PE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다. 어피너티는 올해 1월과 2월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매도해 4200억원을 확보했다. EQT파트너스도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 지분 4150억원어치를 팔았다.

어피너티와 EQT는 지난 2020년 신한금융의 1조15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어피너티는 이번 매각으로 1100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얻었다. EQT의 경우 그간 받은 배당금을 포함해 30%에 달하는 내부수익률(IRR)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 역시 2020년 KB금융이 발행한 교환사채를 2400억원에 인수해 지난 2월 3200억원에 매각해 86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들은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금융지주사들의 주가가 오르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소식에 금융지주 주가는 한 단계 올라섰고, 고금리에 호실적을 내자 지금도 상승 추세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초 대비 평균 45% 상승했다. KB금융 상승 폭이 62.4%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49%), 신한금융(48.9%), 우리금융(21%) 순이다. 5대 금융지주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6조226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6% 늘었다. KB금융과 농협, 우리금융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 우리·신한금융지주 지분 매각 여부 관심

업계에선 이들이 남은 지분도 매각할지 주시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금융지주 주식을 확보한 건 단지 차익 실현 목적뿐만 아니라 이사회 진입 등 전략적 목적도 있었던 만큼, 다 팔지 않고 남겨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자금 융통을 원활히 해야 하는 PEF 운용사의 경우 은행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유인이 크다. IMM PE의 경우 아직 우리금융지주 지분 1.38%, 신한금융지주 지분은 3% 넘게 갖고 있다. 어피너티도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1.8% 보유 중이다.

IMM PE의 경우 신한금융지주 지분은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IMM PE의 경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추천권을 잃은 것으로 보이지만, 신한금융지주 이사 추천권은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우리금융지주 투자 건의 경우 2016년 조성된 블라인드 펀드 ‘로즈골드 3호’로 집행돼 펀드 만기 압박도 있지만, 신한금융지주 투자 건이 집행된 ‘로즈골드 4호’는 2019년 조성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만큼 주목적은 시세 차익이겠지만, 전략적 목적도 무시하긴 어렵다”며 “펀드 만기에 대한 압박이 적은 만큼 지분을 더 오래 들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어피너티가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정리할 지 여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신한금융이 투자를 유치할 당시, 업계에서는 우호 주주를 확보하고 PE들과 협업해 공동투자 기회를 모색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해석했지만, 다른 주주인 EQT파트너스가 지분을 모두 팔았을 뿐만 아니라 어피너티도 일부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2020년 유상증자 때 밝힌 대로 회사 글로벌 부문의 성장 확대를 위해 투자를 유치한 것이 맞다”며 “IMM PE는 물론 어피너티에 출자자로 참여하거나, 함께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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