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에게 200만 복지 포인트”…삼성전자 노사 교섭, 끝내 ‘결렬’

오는 5일 쟁의권 잃는 전삼노, 이재용 자택 앞 시위 예고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흘간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 간의 집중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사측이 성과급 개선 기준 개선 등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측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할 의사를 밝혔으나, 전삼노가 무리한 요구안을 추가로 내놓으며 파행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전삼노는 전날 오후 사측과의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지난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다가 29일부터 사흘간 경기 용인시 기흥의 한 사무실에서 집중 교섭을 벌여왔다. 전삼노는 결렬의 책임이 사측에 있다며 이날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전삼노의 요구안은 △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 노동창립기념일 유급 휴가 1일 보장 △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2.1% 포함 시 5.6%) △ 파업에 따른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었다.

사측은 사실상 노조의 요구 대부분을 수용하는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조 총회 8시간을 유급 노조 활동으로 인정해 사실상 노조 창립휴가 1일을 보장하고, 전 직원에게 사내 복지포인트인 여가 포인트를 50만 포인트 지급하는 안도 내놨다. 올해 한 해 연차휴가 의무사용일수를 15일에서 10일로 축소하는 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삼노가 협상 막판에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에 따른 노조원의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기 위한 제안이었다.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된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요구는 절대로 과도한 것이 아니었다"며 "파국의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오는 5일 대표교섭권을 상실하게 되는 전삼노는 장기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에는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3노조), 전삼노(4노조), DX(디바이스경험)노조(5노조) 등 5개 노조가 있다.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삼노와의 합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결렬돼 안타깝다"면서도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여부와 관련해선 "고객 물량 대응에 문제가 전혀 없다"며 "회사는 노조의 파업이 지속돼도 경영과 생산 차질이 없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