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증 받는 데 9년 걸리뿟네”…공장 들어선 아사히글라스 하청노동자들 [영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제 출근해보겠습니다! 9년 동안 곁을 지켜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장은 끝나지 않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오늘 출근하지 말고 계속 축하만 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2015년 해고됐던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날 9년만에 '정규직으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제 출근해보겠습니다! 9년 동안 곁을 지켜주신 동지들 고맙습니다.”
1일 아침 7시40분 여름 휴가철을 맞아 고요한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단. 일본계 유리 제조업체 에이지씨(AGC)화인테크노한국㈜(이하 아사히글라스) 공장 앞에는 흥겨운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푸른색 금속노조 조끼를 갖춰 입은 노동자들은 저마다 붉은색 장미꽃을 한송이씩 들고 공장 정문으로 향하는 오르막을 올랐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장은 끝나지 않는 박수소리를 들으며 “오늘 출근하지 말고 계속 축하만 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문 앞 관리실에 줄지어 선 노동자들은 신분증을 확인한 뒤, 핸드폰 카메라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고 ‘에이지씨(AGC)’라고 적힌 출입증을 받아 들었다. “아이고, 이게 뭐라꼬. 이거 다시 받는데 9년이 걸리뿟네.” 임종섭 노조 회계감사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출입증을 들어 보였다.
2015년 해고됐던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날 9년만에 ‘정규직으로 첫 출근’을 시작했다. 지난 11일 대법원이 아사히글라스 사내 하청업체 지티에스(GTS) 소속 노동자 22명이 원청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청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뇌출혈로 쓰러져 치료를 받는 조합원 1명을 제외한 21명이 모두 출근했다.
한 조합원의 아내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남편의 출근길에 함께 했다. “9년 동안 함께 투쟁하느라 저 역시 구미공단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며 익명을 요구한 그는 “공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실감 날 것 같다.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차 지회장은 지난 9년의 투쟁을 떠올리며 연대 단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늘 출근길은 수많은 동지가 9년간 함께 만들어 온 길입니다. 다시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벅차오릅니다. 비정규직이었던 우리가 정규직이 되어 민주노조의 깃발을 들고 출근합니다. 행복합니다.”
아사히글라스는 대법원 판결 다음 날인 지난 12일 ‘차헌호 외 21명’을 수신자로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의무이행 출근통보’ 공문을 보냈다. 회사 쪽은 “15일부터 출근할 것을 통보한다. 출근하지 않을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하고, 무단결근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출근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지난 31일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무단결근’을 알리는 등기를 보내왔다. 차 지회장은 “회사는 9년을 길거리에 있었던 우리에게 출근하기 위한 준비시간으로 단 하루도 주지 않았다. 불법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회사는 반성도 사과도 없다”고 꼬집었다.
노동자들은 출근 뒤 ‘투쟁 2막’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쪽이 최근 정규직 노동자 200명 구조조정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시간입니다. 민주노조 깃발을 들고 다시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더 큰 민주노조를 만들겠습니다. 투쟁 2막도 당당히 승리하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한편, 차 지회장 등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노동자 177명은 지난 2015년 노조를 만든 지 두 달 만에 해고됐다. 하청업체는 원청과 도급 계약이 끝났다는 이유를 들었다.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한 뒤, 다음날부터 공장 출입을 막았다. 아사히글라스지회는 구미공단 최초의 비정규직 노조였다. 실수하면 붉은색 ‘징벌 조끼’를 입고 일해야 했던 일 등 정규직과 다른 차별에 맞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꿈으로 만든 노조였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급식조리사 빠져 숨진 ‘설거지 탕’…식판 2천개 90분에 몰아쳐
- [단독] 이진숙, 세월호 조사 ‘비상구 도주’ 뒤 법카로 호텔 결제
- 과녁 1점, 감동은 ‘엑스 텐’…독학한 양궁 선수 “한국 고마워요”
- “인성이 금메달”…탁구 신유빈, 취재진 챙기며 “식사는 하고 계세요?”
- 정부, 북한에 “수해 지원 용의…적십자 통해 협의하자”
- ‘시청역 참사’ 가해자 풀액셀 밟았다…인도 덮칠 땐 시속 107㎞
- 검찰, 티메프 전격 압수수색…영장에 ‘1조 사기·400억 횡령’ 적시
- 펜싱 오상욱, 세계인 “올림픽 보는 이유”…인기 폭발에도 덤덤
- [영상]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5시간 만에 잡혀…1살 포함 16명 이송
- CNN “사격 김예지와 사랑에…” 가디언 “이 에너지, 쿨함”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