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팝아트 거인(巨人)이 우주를 탐닉한 진짜 이유"
■ 글: 정승조 아나운서 ■
사랑받는 예술에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필자가 오늘 소개하는 작가도 그러합니다.
바로 '제임스 로젠퀴스트'입니다.
그는 거대한 화폭과 독특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미국 팝아트 발전에 기여한 일등공신이죠.
앤디워홀, 짐 다인,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물입니다.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화업 60여년을 담은 대규모 회고전이 국내 한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전시 '제임스 로젠퀴스트 : 유니버스'를 총기획한 '박희정 세화미술관 부관장'을 만났습니다.
▮ 미국 팝아트를 이끈 대표 작가인 '제임스 로젠퀴스트' 회고전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유니버스'는 미국 팝아트의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제임스 로젠퀴스트(1933~2017)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입니다.
제임스 로젠퀴스트 재단(James Rosenquist Estate)의 협력으로 아직 한국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회화, 콜라주, 판화 등 29점의 작품과 36점의 아카이브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서 2010년대까지 작가의 일대기를 아우를 수 있는 회고전으로 회화의 경계를 확장하기 위한 혁신적 시도와 평생에 걸쳐 천착한 우주, 시간, 공간에 대한 여정을 담았습니다.
▮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첫 직업은 광고를 그리는 간판장이었다지요?
네, 로젠퀴스트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던 중 1953년 광고판 작업을 시작하지만 전업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스승인 카메론 부스(Cameron Booth)의 추천으로 뉴욕에 건너가 1년의 장학금을 받고 예술학생연맹(Art Students League)에서 미술을 배웠어요. 하지만 학비가 부족해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죠. 결국 다시 맨해튼의 브로드웨이와 타임스퀘어 곳곳을 누비며 광고판을 그리는 간판장이가 되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전업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잖아요. 무엇 때문이었나요?
당시 광고판 화가는 로젠퀴스트에게 미술 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직업이었어요. 하지만 1960년 주변 동료의 잇따른 추락사고를 접하고 전업화가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맨해튼에 작은 스튜디오 공간을 임대하여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였고 10년 안에 수많은 업적들을 남겼습니다.
▮ 그 중에 제임스 로젠퀴스트를 세상에 알린 작품도 있을 텐데요.
196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F-111' (1964-65) 작품을 통해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렸습니다.
이 작품은 가로 약 2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회화로, 제목처럼 F-111 전투기가 펼쳐지고 케이크, 전구, 타이어, 스파게티, 원자 폭발 등의 이미지들이 서사적으로 나열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격동의 시기였던 1960년대 제작되어 베트남 전쟁과 소비사회, 산업복합체의 영향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3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였으며, 뉴욕의 MoMA(Museum of Modern Art)에 영구 소장되어 있습니다.
▮ 작품을 작업하는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어떤 방식이었습니까.
광고판 그림을 그렸던 경험을 토대로 초대형 회화를 주로 작업하였는데요.
이러한 규모 있는 작업을 위해서는 작품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기초 작업이 필요했어요. 그 작업이 바로 소스 콜라주(Source Collage)입니다. 보통 작업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로젠퀴스트는 잡지나 사진 등을 오려 붙이고, 재조합하여 손바닥만 한 크기의 콜라주를 제작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항상 팔레트처럼 손에 소스 콜라주를 쥐고 작업하였습니다.
1960~70년대 대표적 미국 잡지인 '라이프(LIFE)'와 '타임(TIME)'을 주로 사용했으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는 사진과 잡지 스크랩을 포함하여 관심 있는 이미지를 복사하여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 독특한 작업으로 예술 세계를 펼친 제임스 로젠퀴스트이군요. 그의 전시작 중에 눈길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이 중요하지만, 그중 한 작품만 꼽으라면 작가의 유작인 '본질적 존재'(2015)을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마지막 시리즈인 ‘다중우주(Multiverse)’의 일환입니다. 로젠퀴스트는 과학자들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그들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우주는 수천, 수백만 개의 우주로 나뉘고, 이들은 또 수많은 행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무수한 호기심 끝에 우주를 바라보았고, 그 너머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만화경처럼 분절된 우주 이미지들 사이로 움직이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는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거대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철학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 제임스 로젠퀴스트가 자신의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제임스 로젠퀴스트는 거대한 평면 위로 수수께끼 같은 이미지들을 조합하며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가였습니다.
그는 사회적, 경제적 이슈부터 과학적, 우주적, 실존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고, 그 방식들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 그 자체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였습니다. 일상에서 관찰한,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들로부터 모든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여기, 우리는 자연에 있고, 우주의 신비가 주변에 있다. 이러한 미스터리를 그리고 싶다.”
▮ 아트홀릭 독자들이 '제임스 로젠퀴스트 : 유니버스' 전시를 꼭 챙겨봐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미국의 팝아트라 하면 단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의 작가를 떠올리실 텐데요.
제임스 로젠퀴스트는 이들과 교류하며 1950-60년대 팝아트의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한 작가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단 2회의 갤러리 전시만 있었을 뿐, 미술관 전시는 전무하였습니다. 이번 세화미술관 전시를 통해 독특한 재료를 사용한 입체 회화부터 10m 크기의 대형 회화까지 작가의 60여년간의 일대기를 총망라하는 생생한 원작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사진 제공: 세화미술관)
■ '제임스 로젠퀴스트 : 유니버스'
- 전시기간 : 7. 5 ~ 9. 29 (월요일 휴관)
- 전시장소 : 세화미술관 1, 2 전시실
- 관람료 : 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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