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별식하고 떠난 외국인이 다른 팀으로 복귀하다니…키움→NC, PS 승부수로 돌아왔다

이상학 2024. 8. 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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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척, 민경훈 기자] 키움을 떠나는 요키시가 경기 전 송별식을 가지면서 두산 덕아웃 쪽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24 /rumi@osen.co.kr
[OSEN=고척, 민경훈 기자] 경기 전 키움을 떠나는 요키시의 감사패 및 꽃다발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3.06.24 /rumi@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아름다운 작별을 하기란 쉽지 않다. 야구장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송별식을 갖고 떠나는 외국인 선수는 정말 흔치 않다. 지난달 20일 잠실 두산전이 우천 노게임된 이후 고별식을 가졌던 전 LG 투수 케이시 켈리(35)는 대단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켈리 이전에 성대한 고별식을 갖고 떠난 외국인 선수들도 있었다. 오랜 기간 팀 기여도가 높지만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팀을 떠난 선수들이었다.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끈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4)는 이듬해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2022년 5월18일 수원 LG전에서 송별식을 가진 쿠에바스는 5회 종료 후 1루 관중석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음을 기약했다. 부상에서 회복된 쿠에바스는 2023년 6월 KT에 교체 외국인 선수로 복귀했다. 국내 다른 팀들로부터도 오퍼를 받았지만 KT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친정으로 돌아왔다. 

지난해에는 키움에서 시즌 중 방출된 에릭 요키시(35)가 특별한 송별식을 가졌다. 2019년부터 키움에 6년간 몸담으면서 에이스로 활약한 요키시는 그러나 내전근 부상으로 6주 재활 소견이 나와 방출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키움은 요키시를 그냥 떠나보내지 않고 6월24일 고척 두산전을 앞두고 작별식을 마련했다.

경기 전부터 요키시를 위한 팬 사인회를 열었고, 감사패 및 꽃다발을 전달하며 ‘당신은 외국인 선수 용병이 아닌 우리 가족이었다’는 작별 메시지를 전광판에 띄워 요키시와 가족들을 눈물 짓게 했다. 마지막까지 키움의 예우를 받고 떠난 요키시는 “이런 결말을 바라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슬프지 않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OSEN=고척, 민경훈 기자] 키움을 떠나는 요키시가 단상 위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24 /rumi@osen.co.kr
[OSEN=고척, 민경훈 기자] 홍원기 감독이 키움을 떠나는 요키시에게 감사패 및 꽃다발을 전달했다. 2023.06.24 /rumi@osen.co.kr

그랬던 요키시가 1년의 시간이 흘러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좌완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를 방출한 NC는 완전 대체 선수로 요키시 영입을 31일 발표했다. 잔여 시즌 1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키움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NC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돌아왔다.

최근 7위로 떨어지며 힘겨운 5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NC는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꺼냈다. 19경기(111⅔이닝) 8승6패 평균자책점 4.35로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순위 경쟁팀들에 약했고, 몸 상태에 불안감이 있던 카스타노를 과감하게 방출하며 ‘5강 승부수’로 요키시를 영입한 것이다. 

NC는 검증된 선발 자원으로서 요키시를 기대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 6월 부상으로 방출되기 전까지 키움에서 6시즌 통산 130경기(773⅓이닝) 56승36패 평균자책점 2.85 탈삼진 592개를 기록한 요키시는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2019~2022년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2020년 평균자책점 1위(2.14)를 차지했다. 2021년에는 다승왕(16승)에도 올랐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좌완 투수로서 공을 숨기는 디셉션이 좋고, 주무기 투심 패스트볼로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다. 커브, 체인지업까지 다양한 구종을 안정된 커맨드로 구사하며 완급 조절 능력도 갖췄다. 어느 정도 구위만 끌어올린다면 KBO리그에 따로 적응해야 할 부분이 없기 때문에 즉시 전력으로 검증됐다. 

[OSEN=고척, 민경훈 기자] 키움 시절 에릭 요키시. 2023.04.14 /rumi@osen.co.kr
[OSEN=최규한 기자] 키움 시절 에릭 요키시. 2023.05.19 / dreamer@osen.co.kr

관건은 역시 몸 상태. 지난해 키움을 떠난 뒤 최근까지 1년간 소속팀 없이 개인 운동으로 준비한 요키시는 지난달 말 브랜든 와델의 부상 대체 외국인 투수를 찾던 두산의 초청으로 한국에 들어와 입단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두 번의 라이브 피칭을 했고, 최고 시속 143km를 던졌다. 그러나 비자 취업 비자 발급에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두산은 SSG와 계약이 끝난 시라카와 케이쇼를 대체 선수로 택했다. 요키시의 기량보다 합류 시간이 문제였다. 

그렇게 다시 한국을 떠난 요키시였지만 끝이 아니었다. 두산에서 테스트를 받으며 보여준 몸 상태로 NC와 인연이 닿아 KBO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그동안 요키시를 포함해 복수의 후보군을 고려한 결과 현재 외국인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한국에 올 수 있는 선수 중 요키시가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요키시의 몸 상태 등 다양한 부분을 크로스 체크해 결정하게 됐다"며 "요키시는 KBO리그에서 검증된 자원으로 많은 경험이 있고,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땅볼 유도 능력과 탈삼진 능력도 좋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키시도 "좋은 기회를 준 NC에 감사하다. NC 같은 훌륭한 구단에 입단하게 돼 매우 기쁘다. 이전에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부터 상당한 존경심이 들었다. 잔여 시즌을 함께 치를 수 있게 돼 대단히 흥분된다. 창원의 멋진 구장과 열정 넘치는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며 "팀이 내게 원하는 역할을 잘 알고 있고, 그 부분을 해내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일단 다이노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다해 포스트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요키시는 조만간 입국해 비자 발급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후 등판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waw@osen.co.kr

NC와 계약한 에릭 요키시. /NC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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