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허위 인터뷰' 혐의 첫 재판… "공소장부터 다시 정리"

박성동 기자 2024. 8. 1. 1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판부 "윤 대통령 명예훼손에 이재명 언급 불필요" 지적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실체 쟁점 될 듯
6월20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연합뉴스

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공모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뉴스타파 기자들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한 행위 어디까지를 범죄로 본다는 것인지 공소사실을 정리하라고 검찰에 주문했다. 본재판에 앞서 쟁점을 정리하는 준비기일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31일 김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됐다.

허 부장판사는 검찰이 작성한 70여 쪽 분량 공소장 곳곳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불필요한 정황사실이 지나치게 상세히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내용은 윤 대통령의 명예훼손과 무관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대선 당시 윤 전 후보의 경쟁 상대였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한 이른바 '공산당 프레임' 표현을 공소장에 적어 넣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공공환수를 내세워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이익을 공산당처럼 빼앗아 갔고 김씨가 자신을 비롯한 화천대유 일당은 피해자라고 언론인 등에게 얘기하고 다녔다는 내용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를 은폐하려는 이유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대장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이 대표 중심에서 윤 대통령으로 돌리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허 부장판사는 "공산당 프레임이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짓으로 특정 후보의 당선을 돕는다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가 되겠지만 지금 재판에서 다투는 혐의는 명예훼손이라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까지로 이미 끝난 상태다. 뉴스타파 보도는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6일 이뤄졌다. 검찰의 '허위 인터뷰' 수사는 이로부터 1년 6개월 정도 흐른 뒤인 지난해 9월에서야 시작했다.

허 부장판사는 재판 내내 "갸웃거리게 됐다"거나 "다시 읽으니 이게 뭔가 싶었다"며 적용 혐의와 공소장에 쓰인 내용이 어울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황과 관련한 불필요한 부분들은 덜어내고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행위만 남겨 공소사실을 정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윤 전 후보가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보도 내용이 허위사실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의 혐의 범위를 한정해 다시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레임 전환을 공소장에 적어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김씨가 뉴스타파와 공모해 여론 작업을 벌인 배경설명이 반드시 필요했다고 답했다.

6월5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연합뉴스

앞으로 재판은 부산저축은행 수마 무마 의혹의 실체가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 부장판사는 "가장 핵심은 2011년 윤 전 대선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조우형의 수사를 무마했느냐는 판단"이라며 의혹 보도 내용이 정말 허위라는 것인지 검찰의 입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 전 전문위원의 변호인도 "검찰의 기소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 위에 쌓은 모래성"이라고 말했다. 또 '프레임 전환'이 있었다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이 대표와 김씨가 대장동 개발에 유착했다는 관계까지 사법적 사실로 확정해 전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래서 검찰의 증거를 빨리 복사해 제공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며 "부산저축은행 관련 자료들이 다 첨부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한 권에 500여 쪽씩 모두 107권 분량이다.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에서 복사해 가는 데만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증거를 검토한 뒤 준비기일을 더 열기로 하고 본재판은 9월에 시작하다고 일정을 제시했다. 뉴스타파 측에는 녹취록 편집이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를 비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 입증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다음 기일은 8월23일 열린다.

이날 준비기일은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에 일일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례적으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준비기일은 본재판에 들어가기 전 검사와 피고인이 앞으로 다툴 쟁점과 채택할 증거를 정리하는 비교적 간략한 절차다.

법정에는 취재진과 뉴스타파 직원들 등 30명 가까이 방청자가 몰려 만석이 됐다. 피고인 중에는 신 전 전문위원과 한상진 기자만 출석했다. 본재판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참석할 의무는 없다. 신 전 전문위원과 김씨는 6월21일 검찰에 구속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Copyright © 기자협회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