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대책없는 금주령이 상권 완전히 죽였어요" 민락수변공원 상인들 '통곡'

최승한 2024. 8.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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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구역 지정 1년 1개월 만에 점포 16→11곳 줄어
"쓰레기, 소음 문제는 음주 가능시간 지키면 될 것"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여기저기서 와서 취재를 해가도 그대론데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 회센터에서 25년 가까이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이모씨(70대)는 기자가 "취재하러 왔다"고 밝히자 대뜸 이같이 되물었다.

민락수변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지난해부터 언론기관 등을 통해 계속해서 공원 상인들의 입장을 전달했으나 나아진 점은 전혀 없었다는 뜻이었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은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로 몸살을 앓았던 곳이다. 밤사이 나온 t 단위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과도한 행정력이 투입되고, 도난 문제와 소음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이에 해당 기초자치단체인 수영구가 지난해 7월 1일부터 수변공원 내 음주행위를 금지하고 적발때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깨끗하게 정리된 민락수변공원을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민락수변공원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지 1년 하고도 1달이 된 지난 7월 29일 오후, 평일임에도 가족, 연인과 함께 수변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몇몇 시민들은 돗자리를 펴놓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먹으며 바다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금주구역 지정으로 수변공원은 술 대신 커피를 들고 바다풍경을 즐기는 가족 중심의 문화 공간으로 변했다.

대구에서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A씨(40대)는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에 숙소를 잡았지만 느긋한 분위기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이곳을 방문했다"며 "붐비지도 않고 공원이 깨끗해 금주구역이 된 후로도 3~4번 찾아왔다"라고 말했다.

금주구역 지정에 가장 큰 이유였던 쓰레기 문제도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수년간 공원을 관리한 B씨는 "금주구역이 된 후 조류에 휩쓸려 온 부유물 외에는 치울 쓰레기가 없는 편"이라며 "이번 주말 동안 수거한 쓰레기는 200㎏ 정도로 예전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주구역 지정 후 처음 공원을 찾은 시민은 한산한 분위기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자녀들과 공원을 방문한 C씨(40대)는 "추억에 젖어 공원을 방문했으나 예전 낭만이 사라진 것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공원 관리자 B씨도 "쓰레기는 줄었지만 예전만큼 사람들이 찾지 않아 명소로써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영구에 따르면 성수기인 지난해 7~8월 민락수변공원의 방문객은 총 21만3000명으로 직전 연도 같은 기간 37만 8000명에 비해 43.6%나 감소했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방문객은 직전 연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 4000여 명이 줄어든 7만 2500여 명에 불과했다.

지난 29일 오후 민락수변공원 인근 상가 건물의 모습. 해당 상가는 수개월 전부터 임대로 나왔지만 여전히 방치된 모습이다. 사진=최승한 기자
지난 30일 오후 4시께 민락수변공원 회 센터의 모습. 2년 전만 해도 이른 시간부터 회를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 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사진=최승한 기자

방문객 감소는 고스란히 인근 상권의 침체로 이어졌다.

수변공원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D씨(50대)는 "매출을 불문하고 이용객 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우리 가게는 직영점으로 운영되지만 많은 점포가 임대로 나올 정도로 상권이 죽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변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큰 타격을 입은 공원 인근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수영구를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수영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주구역 해체를 요청하고, 수영구의 의견 수렴 절차를 비판했다.

상인회에 따르면 금주구역 지정으로 회 센터의 16곳 점포 중 5곳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대부분의 점포 매출은 90% 이상 줄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지자체에 대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라며 지자체 행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 "쓰레기나 소음민원이 문제라면 음주 가능시간이나 음주구역을 정하면 되는데, 대책도 없으면서 술부터 금지시켰다"며 "지금이라도 가게를 내놓고 싶지만 누가 여길 들어오겠나. 지난달 구청장이 근처에 방문했지만 우리 상인들과 얘기할 기회마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은 지자체가 대책으로 내놓은 행사·공연들은 효과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금주구역 지정 후 수영구는 매주 주말 음악 공연과 각종 행사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지난 27일 오후 5시께 민락수변공원에서 플리마켓이 진행 중이다. 사진 최승한 기자

하지만 구청의 이런 대책은 일시적인 방문객 증가는 불러왔지만 상권 소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행사가 열리는 주말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모이기는 했지만 술이 없는 상태에서 공원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인근 점포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도 수영구는 민락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을 유지한 채 올해도 행사와 공연 개최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입장이다.

수영구 관계자는 "수변공원 금주 해체 관련해 내부적인 논의는 아직 없다"며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예산과 행사 계획이 정해진 상태로 하반기에 열릴 예정인 빛 축제 등이 지역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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