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직전 펠프스 수경 몰래 깬 코치…수영 황제는 침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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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은 평정심 유지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올림픽에서 28개의 메달을 거머쥔 마이클 펠프스는 마음을 잘 다스린 수영 선수로 꼽힌다.
달성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하나의 목표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관리하기 쉽고 중간에 거쳐야 하는 여러 하위 목표를 마련해 자신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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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은 평정심 유지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처럼 소음이 심한 곳에서 적응력을 키우고 집중력을 향상하기 위해 명상과 호흡을 연습하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훈련용 슈팅 로봇과 일대일 대결까지 벌인 것이 화제가 됐다.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올림픽에서 28개의 메달을 거머쥔 마이클 펠프스는 마음을 잘 다스린 수영 선수로 꼽힌다. 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접영 200m 결승전 경기를 하던 중 물안경이 샌다. 바닥의 레인 표시, 수영장 끝 벽, 옆 레인 선수 등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렇지만 수영 황제는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펠프스는 수영장을 한번 가로지르는 데 21번의 스트로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21번째 스트로크를 마치자 손을 뻗어 터치 패드를 짚고 세계신기록을 보여준다.
코치 밥 보먼의 치밀한 지도가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보먼은 앞서 호주에서 열린 수영 대회에서 펠프스의 물안경을 몰래 밟아 깨뜨린 적이 있었다. 평소 보먼과 훈련할 때 팔을 몇 번 저었는지 정확하게 세도록 교육받은 펠프스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그때 터득해 놓은 것이다.
이처럼 뛰어난 선수는 경기 중 난관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다독이는 심리적 도구 상자를 가지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노엘 브릭과 달리기 전문 잡지 '러너스 월드'의 수석 편집위원을 역임한 저널리스트 스콧 더글러스는 최근 번역·출간된 '무엇이든 이뤄 내는 강한 마음'(바다출판사)에서 엘리트 선수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분석하고 이를 스포츠 외 분야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운동선수들이 목표를 세울 때 결과 목표, 성과 목표, 절차 목표, 학습 목표 등으로 여러 단계를 조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달성하는 데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하나의 목표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관리하기 쉽고 중간에 거쳐야 하는 여러 하위 목표를 마련해 자신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라톤 출발선에서 42.195㎞를 달리겠다고 생각하면 완주가 막막한 일이지만 8㎞씩 구간을 나눠 중간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면 심적 부담이 줄어든다. 하프 마라톤을 뛰는 경우 13㎞ 정도에 도달하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16㎞를 넘긴다'며 마음을 다독이는 방식이다.
혼잣말로 자신을 격려하거나 과거의 성취나 다른 사람의 경험이 주는 교훈을 통해 자신감과 신념을 키우는 것도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선수들이 활용하는 이런 마인드 컨트롤 전략은 회사 운영, 학업, 투병 생활, 보건 위기 대응 등 스포츠와 무관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때 제시 디긴스와 함께 미국인 최초로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팀 스프린트 여자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스키선수 키칸 랜들이 같은 해 5월 유방암 2기 진단을 받는다. 치료 과정에서 그가 선수로서 길러 온 마음을 다스리는 능력이 큰 도움이 된다.
랜들은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했으나 이내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했고 즉시 항암 요법을 시작한다. 그는 치료의 각 단계에 집중하기로 결심했고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또 매일 10분 이상 몸을 움직이며 운동하기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충실하게 이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연구에 따르면 랜들처럼 마음을 관리하는 전략은 방사선 치료 전후에 나타나는 불안, 우울증 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송은혜 옮김. 332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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