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킨 9월 금리인하 신호…韓도 10월 내릴 가능성 커져
강달러 일부 해소…환율 불안 사라지면, 한은도 10월 인하 가능성
마지막 변수는 부동산 시장…가계부채 급증하면서 시기 밀릴 수도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을 밝히면서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단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달러약세가 시작되면서 환율 불안이 일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미 시장금리는 하향곡선을 탔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한 변수다. 주택시장이 과열하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인하 시점이 11월이나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美금리 9월 내려간다…달러강세 불안 일부 해소=연준은 7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밟았다. 이후 9·11·12월과 올해 1·3·5·6월에 이어 이번까지 여덟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금리는 동결됐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을 직접적으로 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기대 경로에 맞춰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고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9월 정책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한은도 금리를 따라 낮출 가능성이 커진다. 당초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 발목을 잡고 있던 큰 요인 중 하나가 환율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이에 환율은 1300원대 후반에 이를 정도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부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미국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31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104.560보다 0.500포인트(0.478%) 하락한 104.060을 나타냈다. 한때는 103.925까지 밀려 지난 18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미 하향곡선 탄 시장금리=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되기 전이지만, 시장에선 이미 이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5월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한 달 사이 4.49%에서 4.26%로 0.23%포인트 하락했다. 2022년 6월(4.23%) 이후 2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주택담보대출(3.71%)은 0.20%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덟 달 내리 뒷걸음쳐 2021년 12월(3.63%)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국채 등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대출 금리 하락 배경에 대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등이 떨어지면서 국내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이러한 기조는 더 강화할 수 있다. 미 국채는 이미 급락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6%를 기록했다. 전날 같은 시간 대비 0.01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도 이미 금리인하 깜빡이, 부동산이 마지막 변수=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도 이미 인하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12연속 동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도 의결문에서도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이 시작된 지 거의 3년 만에 한은에서 처음 나온 금리 인하 검토 언급이다.
다만, 실제 피벗까지는 변수가 남아있다. 부동산 시장이 문제다.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 시장이 달아오르고 가계부채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불안한 가계부채, 부동산 등을 피벗 걸림돌로 지적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위험은 상당 폭 낮아졌지만, 주택가격 상승 폭 확대에 따른 금융안정 측면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며 “향후 물가와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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