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수해 상황에서 北김정은은 어떻게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나? [청계천 옆 사진관]
수해 현장에서 고무 보트를 띄우고 직접 점검하는 정치지도자 사진. 북한 김정은의 최근 사진이 눈에 띈다.
60년 만에 온 가장 큰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북한 신의주 일대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달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북한 신의주와 마주 보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이재민은 3만 명에 달한다. 중국 단둥시에서 마주 보이는 곳이 북한 신의주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진 압록강단교로 신의주와 단둥시가 마주 보고 있다.
단둥은 중국의 변방 도시라도 현대적 건물과 그에 상응하는 치수시설들이 있지만 워낙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피해가 컸다. 중국이 저 정도라면 건물이 낡고 배수 시설이 빈약한 압록강변 북한 지역은 더욱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은 분명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7일 폭우로 압록강 수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5000여 주민이 침수 피해를 당해 고립됐다고 전했다. 북한 언론은 인명 피해를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은 평안북도, 자강도, 양강도 압록강 인근 지역을 ‘특급 재해 비상 지역’으로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머무르며 현장을 둘러봤다. 재해를 당한 주민들을 헬기로 구출하는 한편, 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22차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서는 수해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우리의 경찰청장격인 사회안전상과 해당 지역 도지사격인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를 경질했다.
김 위원장은 또 국가단위 비상재해 위기대응 체계가 부실하게 작동했다고 지적하며 재해방지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비상 재해용 비축물자 보장, 복구 건설 규모와 예산 파악, 기상 부문의 철저한 예보사업, 필수 구조장비 비축 등도 요구했다고 노동신문은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1995년과 2010년에도 여름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신의주 지역이 큰 수해를 입은 바 있다. 김정일 사망이 2011년 12월이니까 김정은이 권력을 완전 장악한 후 압록강 범람은 처음 있는 셈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자칫 수해로 인해 민심의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기 관리와 책임자 처벌이라는 숙제 앞에서 김 위원장과 참모들은 이미지를 활용했다. 수해 현장을 챙기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각적으로 잘 정리해서 보여주었다. 또한 국제 사회를 향해서도 ‘최고 지도자가 나설 정도로 심각한 피해 상황’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복구에 필요한 지원을 요청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김위원장의 모습을 망원 렌즈로 촬영한 것은 바로 앞에 가는 보트에서다. 여기에는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를 운전하는 2명의 군인과 1명의 사진촬영가가 타고 있다. 비가 오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중간에 가리는 것도 없었다.
김위원장의 보트에는 마찬가지로 구명조끼를 입은 2명의 군인과 김 위원장, 현송월 부부장,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당 조직비서 등 3명의 최측근이 타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1명의 사진촬영가가 망원 렌즈가 아닌 작은 렌즈를 들고 탔다. 그는 김 위원장의 표정을 클로즈업 할 수 있을 정도의 1,2미터 내외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사진 이외에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 ‘고프로’를 카메라에 달고 있다.
하늘에는 드론이 날고 있다. 드론은 육지 어디선가 ‘1호 사진가’가 조종기를 들고 촬영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체를 보여주고 그 아래에서 현장을 살펴보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보트 시찰이 먼저 있은 후 곧바로 이어진 회의 장면을 공개한 것도 김위원장의 책임보다는 실무자에 대한 문책이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인재(人災)’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존재로 김 위원장과 참모들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우리의 반쪽인 북한 주민들이 입은 수해에 깊은 아픔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지난 70년간 남북한이 홍수에 대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국가 예산은 적절하게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마음 속으로 비교해보니 안타깝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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