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1인 세대도 84㎡까지…공공임대 경쟁 불붙나

채신화 2024. 8.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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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 '세대원 수별 면적제한' 폐지
큰 평형 수요 쏠림 현상 심해질 수도
신생아→다자녀 순…"결국 물량 늘려야"

공공건설 임대주택 '칸막이' 규정이 사라지면서 청약 대기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세대원 수와 관계없이 원하는 평형에 청약할 수 있어서다. 1~2인 세대도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 주택까지 거주할 기회를 확보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큰 평형에 수요가 몰리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신생아 세대에게 우선 공급이 이뤄지는 만큼 다자녀 세대 등 후순위 신청자들의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어 벌써부터 '눈치 싸움' 조짐이 보인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대도 '국평' 살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정부 차원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추가 대책' 중 하나로 공공건설 임대주택의 세대원 수별 면적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임대 청약 대기자들 사이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올해 3월25일 시행된 공공임대 면적 제한은 1인 세대 공급 면적 상한은 낮추고 2~4인 세대 면적 규정을 신설한 게 골자다. 이 규정은 1인 세대의 기준 면적이 전용면적 35㎡ 이하로 제한되는 게 특히 문제가 됐다.

정부는 이같은 '칸막이' 규정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신생아(만 2세 미만) 세대는 우선 공급에서도 1순위를 주기로 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만큼 출산 세대를 우선 배려하기 위한 취지다. ▷관련 기사:'공공임대 면적제한' 결국 폐지…대신 신생아 우선공급(7월29일)

이기봉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우선공급에서 어느 트랙으로 들어오든 신생아가 있으면 1순위로 배정해 줌으로써, 면적 기준이 없어지더라도 신생아 세대에게는 더 확실하게 공공주택에 대한 입주권·접근권을 확실히 개선해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1~2인 세대도 최대 전용 84㎡(영구임대 외)에서 살 수 있는 문이 열린다. 기존엔 1인은 35㎡ 이하로 원룸형 위주만 신청할 수 있었고, 2인 기준은 25㎡ 초과~44㎡ 이하로 최대 13평형이라 투룸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공공임대 청약 대기자들은 이번 정책 발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공임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모집공고가 올라와도 면적 제한 때문에 신청 못 했는데 이제 접수할 수 있게 됐다", "1인 세대도 운 좋으면 넓은 평수 갈 수 있겠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새 기준은 개정 절차를 거쳐 이르면 10월 적용될 예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0~12월 약 7000가구(수도권 4600가구)는 바뀐 규정을 적용해 모집공고가 나올 전망이다. 11월 부천원종 행복주택 422가구, 12월 성남금토 국민임대 438가구 등이다. 

건설형 공공임대 공급 면적 비율/그래픽=비즈워치

다자녀는?…"공급량부터 늘려야"

다만 일부 평형은 전보다 청약 경쟁이 더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공공임대는 큰 평형이 부족한데, 1~2인 세대도 큰 평형에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영구·행복·국민주택은 공급 면적 중 전용 40㎡ 이하 소형 면적이 대부분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도시공사가 공급한 물량을 보면, 영구임대의 경우 전체 22만7111가구 중 40㎡ 이하가 21만2492가구로 96.3%에 달한다.  

행복주택은 14만2807가구 중 40㎡ 이하 면적이 11만7892가구로 82.6%를 차지한다. 국민주택은 60만404가구 중 40㎡ 초과 60㎡ 이하가 33만2003가구로 55.3%, 40㎡ 이하가 26만8361가구로 44.6%를 차지한다. 

방 3개까지도 나오는 60㎡ 초과 85㎡ 이하는 △영구임대 322가구(유형 전체의 0.1%) △행복주택 412가구(0.2%) △국민주택 40가구(0.1%)에 불과하다. 85㎡ 초과는 행복주택만 428가구(0.3%) 공급했다. 

이 정책관은 큰 평수 쏠림 우려와 관련해 "그런 현상이 생길 수도 있지만 가점제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고, 입주가 간절한 사람들은 경쟁률이 낮은 작은 평수 위주로 지원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큰 평형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다인 세대가 문제다. 특히 신생아가 없는 다자녀 세대의 경우 자녀가 많아도 신생아 세대에 밀릴 수 있다. 우선공급(60%), 일반공급(40%) 가운데 우선 공급의 1순위를 출생 세대에 먼저 공급해서다.

실제로 공공임대 커뮤니티 등에선 자녀가 두 명 이상 있지만 만 2세가 넘는 다자녀 세대들이 기회가 줄까봐 걱정하는 글들이 다수 보인다. 이 정책관은 이에 대해 "1순위를 출산 세대에 주고 2순위 부터는 가점제에 따르는 것"이라며 "자녀가 많거나 부양가족이 있을수록 가점이 붙는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공공임대의 경우 신생아 트랙을 폐지하고 다자녀와 신혼부부에 더 배정하면서 전체 파이가 더 커졌기 때문에 다자녀 세대가 이번 대책으로 (청약 당첨이) 될 게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단지나 지역별로 쏠림 현상이 있을 경우 신생아 세대에 밀릴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공급량을 늘리고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진미윤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이학박사(한국주택학회 회장)는 "저출산이 심화한 상황인 만큼 자녀 양육을 배려해 주고 1인 세대에게도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이번 정책의 방향은 옳다"면서도 "다만 속도감 있는 공급을 통해 더 많은 공급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정부 정책이 다자녀에서 신생아로 방점을 옮기면서 기존 다자녀 세대들이 피해를 보는 결과가 나올 여지가 있다"며 "전체를 만족시킬 순 없지만 편 가르기를 하지 않으려면 '파이'(공급량) 자체를 확충하는 데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미 시행한 정책을 폐지(적용 7개월 만에 폐지 예정) 하게 되면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며 "큰 틀은 유지한 채로 갈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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