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렬 대치 속 넓어진 전선…‘여력 부족’ 고심하는 민주당
22대 국회 출범 이후 여야의 극렬 대치가 다방면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야권의 각종 특검법 추진과 재발의가 예정돼 있고, 대통령실과 검찰을 겨냥한 탄핵소추 논의도 이어지는 중이다. 야권 내에서도 ‘여력 부족’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이) 국정조사를 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2특검4국조(국정조사)’를 얘기했는데, 사실 국회가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최근 국회 재의결에 실패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한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의 보완과 재발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특검 후보의 ‘제3자 추천안’에 대해 여당과 논의할 필요도 있으나, 여당의 기류를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라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나 한 대표에 대한 특검법 추진도 예고한 바 있다. 당초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의 재의결 실패시 이들 특검을 통해 정부·여당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방송 4법’과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조치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처리가 당장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두 특검법은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검찰을 대상으로 다수의 탄핵 관련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앞서 대통령 탄핵 청원과 관련해 2차례 청문회를 했고, 오는 14일에는 ‘검사 탄핵’ 관련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 청문회들에서는 채 상병 사건 연루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인천세관 마약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등의 의혹을 띄웠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나오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일각에선 증인들에 대한 동행명령권을 발동할 수 있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수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동시에 여러 건을 풀어가려고 한다”라며 “다만 결국 국회의장의 의향이 중요하기에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야권 내에선 대통령실에 대한 의혹이 난무하지만, 전선이 너무 넓어져 날카로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순위를 정해 현안들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당에서는 2특검4국조라는 큰 틀을 기본으로 중요한 것을 먼저 하고, 긴급한 것을 그때 그때 처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여러가지가 얽혀 있고 복잡하지만 잘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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