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그대로인데…주담대 금리 계속 내려갈까
"기준금리 3회 인하 반영…추가 하락 어려워"
은행들 가산금리 인상 행렬 지속될 가능성도
최근 '뚝뚝' 떨어지는 시장금리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와 연동된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국고채 금리가 2%대까지 하락하면서 가계대출 확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낮아진 시장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주담대 금리 또한 계속 낮아지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9일 2.978%로 하락하며 2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이후 다음 날인 30일까지 2.994%로 2%대를 유지했다. 31일에도 소폭 상승한 3.004%로 마감했다.
국고채가 하락하면서 은행권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와 연동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또한 연초 3.820%에서 지난달 1일 3.490%, 31일 3.276%로 큰 폭 하락했다.
앞서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시장금리 하락으로 가산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및 은행권의 기대와 달리 '거꾸로' 가는 시장금리가 주담대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3.5%인데 시장금리 2%대로…지금 바닥?
이처럼 시장금리가 연일 하락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국고채 금리가 2%대까지 내려오면서 시장금리가 '바닥'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주담대 금리도 따라 오른다. 은행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에 따라 움직이고, 주담대 고정금리는 은행채 5년물을 지표금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금리는 내년 초까지 금리를 약 세 번 낮췄을 때 정당화될 수 있는 레벨"이라며 "지금까지는 외인 중심으로 매수가 이어지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했지만 국내 기관들이 매수하기 부담스러운 레벨이 됐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강세가 유지되더라도 되돌림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지속해서 축소돼 왔던 은행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차가 확대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은행채는 비교적 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 비교적 금리가 높은 크레딧 채권에 수요가 쏠려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의 금리차)가 좁혀지는데, 최근 들어서는 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지고 있는 추세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채는 굉장히 강한데, 크레딧 스프레드는 지난 주부터 확대 추세로 전환됐다"라며 "국채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양상이 지속되면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들은 크레딧 채권을 잘 매수하지 않는데 국내 기관 등이 강하게 매수하기에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다른 한 연구원은 "현재 은행채는 굉장히 과도한 레벨"이라며 "은행채를 비롯한 크레딧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흐름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는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주담대 금리 '정상화' 나서려는 은행
가계부채 관리 강화 시그널에 맞춰 시중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 행렬이 지속되면서 주담대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와 비교해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 또다른 채권 연구원은 "과거 평균으로 보면 주담대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0.8~0.9%포인트 높았는데 지금 주담대 금리와 기준금리 간의 격차는 이보다 훨씬 작다"라며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도 있지만 은행 간 경쟁이 심화하고 당국의 압박으로 가산금리를 낮춰 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아직까지 3.5% 수준이고, 코픽스 금리도 아직까지 높은 수준이긴 하다"라며 "다만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올라간다고 하면 너무 크게 빠져 있는 대고객 금리 수준은 상향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는)시장금리에 연동해서 움직이는데, 시장금리가 지금보다 오른다고 본다면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 등을 모두 고려해 그동안 우대금리 등으로 금리를 낮췄던 부분들을 정상화시키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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