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만든 사방댐이 마을 살려”… 산사태 선제대응, 효과 컸다

김창희 기자 2024. 8. 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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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10년간 댐 5824개 건설
2억원 들여 만든 소규모 시설
폭우로 쓸려오는 토석류 막아
인명·농경지 등 피해 최소화
현재 산사태 취약지 2만여곳
2027년까지 8만여곳 더 지정
사방댐 등 예방사업도 활성화
지난달 30일 전북 익산시 함라면 함라산 자락 사방댐 상류 계곡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산사태로 쏟아진 토석류와 뿌리째 뽑혀 떠내려온 나무들이 사방댐 위로 가득 차 있다. 산림청 제공

익산·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지난달 30일 찾아간 전북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함라산 골짜기 사방댐 상류 주변은 쑥대밭을 방불케 했다. 5m 높이의 사방댐 위로 수천여t의 흙과 돌덩이,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올려다보니 산 정상부터 사방댐까지 수백m 길이의 계곡부 주변이 온통 벌겋게 흙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 7월 8∼10일 사이 이 마을 일대에 3일간 누적 강우량 396㎜, 시간당 최고 111.6㎜의 극한 호우가 쏟아져 산 정상부부터 토사가 무너져 내린 현장이다. 하마터면 아찔한 참사를 낳을 뻔했던 대규모 산사태에도 79가구, 143명이 사는 산 아래 수동마을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지난 2022년 3월 2억3300만 원을 들여 만든 소규모 사방댐이 쏟아져 내린 토석류를 막아 줬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끔찍한 재앙을 모면한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민 오모(여·60) 씨는 “2년 전 설치한 사방댐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을 당할 뻔했다”며 “사방사업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오 전북도 산림환경연구원 산지보전팀장은 “기록적인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했지만 계곡에 쌓은 사방댐이 토석류를 막아줬기 때문에 마을과 농경지가 무사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해 사방댐 등 계류 보전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50㎜ 이상의 극한 호우 횟수가 2010년대 연간 16회에서 최근 3년간에는 연 23회로 급증하고, 평균 강수 일수도 늘어나는 등 이상기후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선제적 산사태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빈발하는 극한 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한 정책수단도 진화하고 있다. 사방댐 등 전통적인 재해예방시설을 매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고, 산사태 경보시스템을 세분화해 신속한 사전 대피를 돕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1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에서 총 1만2657건의 산사태로 면적 기준 2586㏊, 인명 기준 사망 27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7월 말 기준 잠정 집계된 피해는 978건(151㏊), 인명 피해 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57건(425.7㏊), 인명 피해 13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산림청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전국 산사태 취약 지역에 사방댐 5824개를 건설했다. 2015년의 경우 한 해에 1740억 원을 투입해 895개의 사방댐을 쌓는 등 집중적인 공사가 이어졌지만, 2019∼2021년 3년간은 연간 200∼400개 수준으로 실적이 뚝 떨어지기도 했다. 산림청은 산사태 취약 지역 집중 관리를 위해 현재 2만9000여 개소에서 2027년까지 11만 개소로 취약 지역 지정을 확대해 나갈 계획인 만큼 대대적인 사방댐 확충 사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방댐을 늘리려 해도 외지 산지 소유자들의 외면과 무관심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익산산림조합의 한 관계자는 “부재 지주의 경우 자신들은 산사태 피해와 무관하다는 인식이 많아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북 완주군 동상면 은천계곡에서 민박집을 운영 중인 김진규(75) 씨는 “올해 우리 마을에도 17년 전 설치된 사방댐이 쏟아진 토석류를 막아준 덕에 장마를 무사히 넘겼다”며 “내 토지에 사방시설물 설치 요청이 들어온다면 흔쾌히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산사태 대피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정책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산사태 예측 정보는 토양이 물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를 함수지수로 나타내 정보가 제공된다. 토양함수지수 80%일 때 주의보, 100%일 때 경보 등 2단계로 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토양함수지수 90%일 때 예비경보를 추가해 1시간 빠른 선제적 주민 대피가 가능해졌다. 실제 7월 9일 충남, 충북, 전북, 경남, 경북 등 5개 도에서 총 2823명의 주민이 예비경보에 따라 사전에 대피했다.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지원체계도 구축됐다. 일 강우량 100㎜ 이상, 연속 강우량 200㎜ 이상 때 전국이 산사태 위험 지역으로 전환되는 폭우 상황으로 간주해 경찰·소방과 사전 지원체계를 만들고, 산림조합 등 유관 기관의 인력·장비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됐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사태 피해 예방에 효과가 입증된 사방댐 등 사방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산사태 예측 정보를 더욱 고도화하고 주민대피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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