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특히 인기인 이유가 있다…이걸 챙겨 먹었더니 뜻밖의 효능까지?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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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카세] 감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글 : 정고메 작가)
나는 언젠가부터 감자로 여름을 지낸다. 감자를 살 때면 마트에서 조금씩 사지 않고, 온라인에서 산지 직송하는 감자를 3kg이나 5kg 박스로 산다. 이때부터 1인 가구의 식단에는 감자가 주식이 된다. 다년간 감자만 먹고 여름을 지내며 누군가 감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감자구이'라고 말한다.

감자구이의 핵심은 작은 조림용 감자를 통째로 굽는 것이다. 깨끗하게 씻은 감자는 잘리지 않을 정도로 약간 깊게 십자를 낸다. 양념은 오로지 올리브유와 소금뿐이다. 올리브유 한 바퀴 반 정도 두르고 굵은 천일염을 뿌린 뒤 감자 표면에 묻을 수 있도록 고루 버무려준다. 이 상태로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180도로 30분 정도 굽는다.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푹 들어가고 껍질이 노릇하게 구워졌으면 완성이다.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한 김 식힌 후에 통에 넣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도 맛있다. 게다가 냄새도 나지 않아서 도시락으로도 제격이다. 감자를 한입에 가득 넣고 먹는다.

껍질의 약간 아린 맛은 노릇하게 구워진 껍질의 풍미로 가려지고, 쫀득하게 씹히는 감자의 밀도와 구운 소금이 만나면서 감자의 풍미가 폭발한다. 씹을수록 감자의 부드러움과 단맛, 짠맛,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며 점점 더 맛이 깊어진다.

에어프라이어 감자구이(좌)와 감자샐러드(우)

5년 전에는 이 감자구이에 빠져서 거의 매일 점심을 감자구이만 먹으며 지낸 적도 있었다. 모두 점심을 먹으러 나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먹으면 감자의 맛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집중해서 감자구이를 먹다 보면 어느새 도시락으로 싸 온 감자 6개가 사라지고 도시락통은 텅 비어 있다. 금방 사라져 버린 감자가 아쉬워서 오늘도 퇴근해서 감자를 구워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감자만으로 부족할 때는 채소 스틱을 함께 싸갔다. 셀러리, 당근, 토마토 같은 것들을 감자구이에 곁들이기만 하면 도시락이 완성된다. 매일 매일의 조각 시간마저도 소중했던 직장인 시절, 감자 구이는 여유 시간을 선물해 주는 고마운 메뉴였다.

날마다 새로운 감자 요리들

감자구이 다음은 감자샐러드다. 감자샐러드는 감자구이보다 요리하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한 번에 며칠 먹을 분량을 미리 만들어 둘 수 있다. 식빵 사이에 넣고 당근 라페, 로메인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감자샐러드는 내열 용기에 넣고 겉면을 포크로 긁어 무늬를 만든 후 오븐에 살짝 구워 먹는다. 그래도 감자샐러드가 남았다면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구워 크로켓을 만들어 안주까지도 가능하다.

이렇게 감자 요리 한 바퀴를 돌면 감자 한 박스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서 또 주문하게 된다. 이것 말고도 감자로 해 먹고 싶은 요리들은 줄을 서 있다. 밀가루 없이 감자만으로 만드는 감자전, 감자수프와 구운 사워도우, 클래식한 감자채볶음이나 왠지 한 번쯤은 먹고 싶은 간장과 올리고당으로 졸여낸 감자조림, 감자 듬뿍 넣은 카레까지. 감자만 요리해 먹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끝나있다. 그렇게 감자와 여러 해의 여름을 함께했다.

감자를 매일 먹으면 일어나는 일들

감자를 매일 먹으면서 느낀 점은 피부가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감자를 사흘 이상 먹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피부가 사우나에 다녀온 것처럼 부드러워진다. 흡수력이 매우 좋은 촉촉한 바디로션을 바른 것처럼 피부가 매끄럽고 피부에 수분이 가득하다. 궁금해서 감자의 효능을 찾아봤지만, 피부 미백에 좋다는 효능은 쉽게 찾을 수 있어도 촉촉해진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아마 감자에 많은 비타민 C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비타민 C가 많은 파프리카나 귤과의 과일을 많이 먹을 때는 피부에 큰 변화는 없었다. 유독 감자를 먹을 때에만 피부가 달라졌다. 아쉽게도 눈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어서 주변 사람들은 감자를 매일 먹으면 촉촉해진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감자가 주식이다. 감자는 주식으로 먹고살아도 충분할 만큼 영양이 골고루 풍부하다. 감자만으로도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 덩이줄기인 감자는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흙의 풍부한 미네랄도 담고 있고, 쌀이나 밀가루와 같은 곡류에서는 섭취할 수 없는 비타민도 채워준다.

특히 비타민 C가 많아서 감자 작은 것 2개(400g)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C의 절반은 충족된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서 재배한 작물로 감자를 선택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흉년이 잦았던 조선에서도 기근이 심해지면 기근을 구하는 작물로 감자를 지정했다.

'구황작물'이라는 말의 어원도 기근을 구하는 작물이라는 뜻에서 온 것이다. 또 감자의 단백질은 유청단백질의 아미노산 구성과 유사해서 근육 합성을 돕는다고 한다. 괜히 감자를 먹으면 튼튼해지는 것 같던 느낌은 사실이었다.
 

여름에 추천하는 감자 요리들

나는 지금도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자를 추천한다. 바로 시들고 상하는 잎채소나 열매채소들보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영양 섭취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또 여러 나라에서 즐겨 먹는 채소이기 때문에 레시피도 많다. 나도 지금까지 만든 비건 레시피가 300개가 넘지만, 그중에서도 감자를 이용한 요리가 가장 많다는 것을 이번 주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어떤 감자 요리를 소개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여름철이니만큼 축 처진 몸에 기력과 활력을 줄 수 있는 감자 요리를 가져왔다. 입맛 돋우는 감자 요리로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기를!

1. 진짜 감자탕

고기 없이 감자로 끓여낸 진짜 감자탕. 감자만 있어도 깻잎과 들깨, 양념 비율만 잘 맞춰주면 감자탕이 완성된다. 들깻가루와 깻잎, 버섯, 감자가 듬뿍 들어간 감자탕을 먹으면 기력이 보충되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진짜 감자탕 1그릇으로 철분, 마그네슘, 인, 칼륨, 망간 등 무기질을 고루 섭취할 수 있고 뼈에 좋은 비타민 K와 칼슘, 그리고 피로 회복에 좋은 비타민 B군을 듬뿍 섭취할 수 있다. 시래기나 수제비 사리를 추가해도 좋다.

- 재료: 감자 1개(200g), 느타리버섯 100g, 깻잎 15~20장, 양파 1/2, 대파 1대, 부추 약간, 물 500ml
- 양념: 된장 2T, 고추장 1T, 들깻가루 2T, 고춧가루 1/2T, 다진 마늘 1/2T
*1T는 밥숟가락에 평평하게 담은 것을 기준으로 했다.

감자와 양파, 대파, 깻잎은 두껍게 썰고 버섯은 손으로 뜯는다. 물 500ml에 감자, 양파, 대파를 넣고 3분 정도 중불로 끓인다. 끓는 채수 한 스푼에 양념장(들깨 한 스푼은 마지막에 넣을 들깨 한 스푼을 남기고)을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둔다. 끓는 냄비에 버섯과 양념을 넣고 중불로 5분 정도 푹 끓인다. 마지막에 깻잎과 부추, 들깨를 넣어 1~2분 정도 익히면 끝. 깻잎을 좋아한다면 듬뿍 넣을수록 맛있다.

2. 감자도리탕

기운 없이 축축 처지는 날, 강렬한 맵단짠으로 도파민을 끌어 올려 보자. 매콤한 감자도리탕을 땀 흘리며 열심히 먹고 나면 개운한 느낌마저 든다. 밥도 두 그릇 먹게 되는 마법의 감자도리탕. 우동이나 떡 사리를 추가하면 안주로도 좋다.

- 재료: 감자 1.5개(300g), 새송이버섯 1개(100g), 양파 1/2, 당근 약간, 물 600ml, 참깨
- 양념: 다진 마늘 2T, 고춧가루 듬뿍 2T, 고추장 1T, 간장 2T, 올리고당 1T, 식용유 1T, 설탕 1/2T, 소금 1t, 물 3T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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