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엽의 자책과 약속 “올림픽은 증명의 무대, 다음엔 꼭 태극기를 휘날릴게요”[올림픽x인터뷰]
“올림픽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의 무대인데…”
메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매트를 떠나는 한주엽(25·하이원)의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세계랭킹 24위 한주엽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90㎏급 패자부활전에서 하파엘 세메두(브라질·11위)에게 빗당겨치기 한판패를 당했다.
8강에서 세계랭킹 1위 라샤 베카우리(조지아)에게 한판패를 당한 한주엽은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하면 동메달 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다.
메달 문턱을 넘지 못한 한주엽의 머릿속에선 두 번의 한판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던 베카우리를 너무 이른 시점에 만난 것이 안타까울 법 했다.
한주엽은 “어차피 금메달을 따려면 이겼어야 할 선수”라면서 “베카우리 선수를 상대로는 첫 2분을 잘 버티면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는데, 판단 미스로 욕심을 냈다가 당했다. 그 기회를 잡은 베카우리 선수가 대단하다. 몸 관리를 잘했기에 컨디션은 좋았다. 부족한 것은 내 실력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주엽의 도전 실패가 안타까운 것은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체급당 국가별 1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유도는 올림픽 랭킹 17위 안에 들거나 대륙별 티켓을 따내야 한다.
한주엽은 “올해 국제 대회를 참가한 횟수가 무려 8번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정이었다. 국제 대회를 연속으로 두 개를 참가했다가 귀국하면, 다시 이틀 만에 떠나는 게 일상이었다. 우리 (황희태) 감독님이 항상 동행해주셨기에 더욱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주엽을 위로하는 것은 그나마 자신의 기술에 확신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황희태 감독은 “(한)주엽이의 약점은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 그 약점은 풀어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주엽은 “내 기술에 자신은 생겼다”고 인정하면서도 “올림픽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태극마크를 걸고 증명하는 자리다. 내 기술이 증명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주엽은 자신의 기술이 태극마크에 어울릴 그 날을 향해 땀을 흘리기로 다짐했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혹은 8년 뒤의 다음 대회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한주엽은 “내 도전은 계속 된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번 대회의 경험을 발판으로 다음 대회에는 태극기가 제일 높은 곳(금메달)에 올려놓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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