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못하면 투자금 토해내라?...스타트업 손들어준 법원,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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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한 후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투자 계약에는 알피가 2019년까지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고, 코넥스 상장 2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해야 한다는 'IPO 의무' 조항을 포함했다.
스타트업 재직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투자 계약서에 기재된 IPO 의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내용인데, 이를 법원이 유연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투자자의 책임을 더욱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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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한 후 기한 내 상장에 실패해도 최선을 다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에 기재된 기한 내 상장 의무는 '상장 절차에 최선을 다할 의무'라는 해석이다. 비슷한 사례로 갈등을 빚고 있는 스타트업과 투자자 간 분쟁은 물론 벤처투자 관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산운용은 로봇 스타트업 알피(구 로보프린트)을 상대로 제기한 5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현대자산운용은 2018년 12월 신탁업자로서 알피 보통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5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계약에는 알피가 2019년까지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고, 코넥스 상장 2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해야 한다는 'IPO 의무' 조항을 포함했다. 해당 의무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알피는 2010년 설립된 로봇 회사로 벽화로봇(ArtBot), 방수도장로봇(WBOT), 건축도장로봇(PBOT) 등을 자체 개발했다. 알피는 시리즈B까지 총 75억원을 유치를 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당시 알피는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벽화 사업, 노면 표시 사업 등을 수주해 매출을 올렸지만 지자체가 방역에 비용을 지출하면서 관련 예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업이 어려워져 상장 추진 계획이 무산되자 현대자산운용은 2022년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알피가 기한 내 IPO 의무를 위반해 투자금에 해당하는 손실을 보았다는 취지다.
법원은 해당 계약서 문구에 주목했다. 계약서 IPO 의무 조항 원문은 '알피가 2019년 12월 31일까지 자신의 주권을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도록 하여야 하며, 코넥스 상장일 이후 2년 이내에 코스닥에 상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상장하도록 하여야 하며'라는 문장을 '상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이는 확정적으로 IPO 의무를 부담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의무'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구상 상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결과에 따라 채무 이행 여부가 결정되는 것)가 아니라 그 절차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른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과하는 수단채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알피가 상장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통상 '갑'인 투자사와 '을'인 스타트업의 투자계약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IPO 등 특정 조건을 내걸고 투자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재직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투자 계약서에 기재된 IPO 의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내용인데, 이를 법원이 유연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투자자의 책임을 더욱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관련 법률 대리를 주로 맡는 다른 변호사는 "단순히 문구 차이라기보다 재판부가 전후 사정을 살핀 것"이라며 "상장 자체가 제 3자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소송 여부는 법무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 운용사는 본지와의 통화 후 항소를 결정했다.
알피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여러 투자자 중 유일하게 현대자산운용만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해당 소송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법원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준 만큼 사업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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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기자 pg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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