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배우 장영남 "연극무대 늘 소중…편안히 숨 쉬는 곳"

성도현2 2024. 8. 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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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달라져야 하는 게 연기자 숙명…긴장은 좋은 연기 위한 원동력"
2년 6개월 만에 극단 골목길 '구름을 타고 가는 소녀들'로 연극 출연
배우 장영남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름다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연극무대는 늘 소중합니다. 정말 편안하게 숨 쉬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때론 징글징글하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제게는 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연극배우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 방송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장영남(51)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료 배우의 눈짓과 몸짓, 대사 등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장르"라며 연극 예찬론을 펼쳤다.

올해로 연기 생활 30년 차인 그는 "좋은 배우의 모습은 수많은 연습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연기할 때 '이 정도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긴장하는 편인데 그런 긴장이 더 잘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작업을 하면서 '내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신념으로 삼아왔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지켜온 것 같아서 스스로를 칭찬해줄 만하다"고 덧붙였다.

장영남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5년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극단 목화, 골목길 등에서 활동하면서 연극계에서 주목받은 그는 이후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며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장영남이지만, 그의 데뷔 시절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극단 목화 시절 첫 작품에서 주연인 줄리엣 배역에 캐스팅됐다가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 배역 교체의 아픔도 겪었다.

장영남은 "한 달 동안 연습했는데 배역이 교체되면서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이후 연기 생활을 돌아보면 그때의 아픈 경험이 득이 된 것 같다. 그로부터 6년 뒤인 2001년에는 당당하게 줄리엣 배역을 맡았다"고 회상했다.

장영남은 그해 연극 '분장실'의 끼꼬 역으로 '제3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신인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부모님이 극단 공연을 한 번도 보러 온 적이 없었는데 백상예술대상에서 내가 상을 받아 TV에 나왔다. 오전에 아르바이트하고 오후에 극단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걸 부모님께 당당하게 보여드린 계기였다"며 웃었다.

배우 장영남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영남은 30∼40대를 지나 50대에 접어든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면서는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그는 "30대에는 작품에 출연하는 게 그저 즐거웠다"며 "40대에는 연극무대에서 떨어져 영화와 드라마 등에 집중했던 시기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등 환경적인 변화 속에 배우로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정답이 있는 건지 등을 살피는 걸 보니 여전히 과도기인 것 같다"면서도 "요즘에는 그냥 나 자신을 믿고 가자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극단 골목길의 신작 연극 '구름을 타고 가는 소녀들'을 준비하고 있다.

2022년 '리차드 3세'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출연하는 연극으로,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홀에서 오는 23일 개막해 9월 8일까지 이어진다. 골목길의 박근형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장영남은 "대형 기획공연이 아니라 워크숍과 리허설 같은 정통 극단 시스템 공연을 해보고 싶던 차에 박 감독님의 제안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며 "이 작품을 끝내고 나서 무엇을 얻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지난해 처음으로 '번아웃'이 와 '이 일을 하면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무섭고 당황스러웠던 경험이었는데 배우들이 누구나 한두 번은 겪는 것 같아서 의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가 요즘 화두"라며 "연기는 고여있을 수 없고 계속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더 달라질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면 버겁기도 하지만 배우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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