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영 "100점 만점에 10점…매디슨이 '굿 플레이어' 칭찬"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실수가 아쉬워서 100점 만점에 10점이요. 제임스 매디슨이 먼저 말 걸며 '굿 플레이어'(Good Player)라고 했어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을 상대로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여 축구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팀 K리그의 막내 윤도영(17·대전)은 자신에게 박한 점수를 줬다.
윤도영이 속한 팀 K리그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토트넘에 3-4로 졌다.
팀 K리그 선수단이 절반씩 나눠 각각 전반전과 후반전을 소화한 가운데,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윤도영 역시 45분 동안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윤도영은 경기 시작 직후 이동경(김천)에게 공을 흘려주는 센스 넘치는 움직임으로 축구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다만 윤도영은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꽤 박한 점수를 줬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윤도영은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몸에 힘도 많이 들어간 것 같고, 나도 모르게 의식을 하게 되면서 안 해도 될 실수를 한 것 같다"며 "배운 점도 많고 영광이었다.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대선배' 손흥민과 '7번 대결'을 펼친 순간도 돌아봤다.
윤도영은 엄청난 활동량을 가져가며 수비 시에는 낮은 위치까지 내려왔다.
자연스럽게 토트넘의 왼쪽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에게 향하는 패스를 차단하거나, 손흥민과 일대일로 맞서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전반 26분 토트넘 공격 상황에서는 공을 잡은 손흥민을 혈혈단신으로 막아섰다.
윤도영에 발에 살짝 걸려 넘어진 채 손흥민은 페널티킥(PK)이 아니냐며 그라운드를 손으로 내리치며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고, 윤도영은 '대선배' 손흥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기도 했다.
윤도영은 이 장면에 대해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그때는 뭐라고 안 하셨다"고 돌아봤다.
경기 뒤 손흥민으로부터 "도영아, 그건 PK 맞잖아"라는 애정과 관심이 섞인 핀잔을 들었다는 윤도영은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며 머쓱해했다.
수비 상황에서 공을 가진 채 손흥민과 맞닥뜨려 왼쪽 코너 플래그 부근에 고립됐던 윤도영은 손흥민을 좌우로 흔들며 돌파와 패스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다.
윤도영은 "우리 수비 지역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버벅거리다가 연결을 못했다"며 "나도 생각지 못하게 일대일 상황이 나와서 되게 좋았다. 영광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내년 1월부터 토트넘에서 뛰게 될 '절친' 양민혁(강원)과 나란히 팀 K리그의 양 날개로 뛰며 17세 이하(U-17) 대표팀 시절의 호흡을 다시 맞추기도 했다.
왼쪽에서 공을 잡은 양민혁이 반대쪽에서 전방으로 쇄도하는 윤도영을 향해 낮게 깔아 패스하는 등 '양윤 듀오'는 활발하게 공격을 시도했다.
윤도영은 "민혁이가 아무래도 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서 혹시 왼쪽이 불편하면 경기 중에라도 위치를 바꾸자고 했다. 민혁이에게 포커스를 맞춰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EPL 데뷔의 꿈을 눈앞에 둔 양민혁을 보면서 윤도영 역시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도 더욱 커지고 있다.
윤도영은 "내게도 관심이 좀 더 쏠리는 것 같고, 나도 주변에서 '해외로 나가라'는 좋은 말들이 들린다"면서도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운 좋게 빨리 나가 거기서 어버버할 바에야 좀 더 성장한 뒤 내가 만족할 때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윤도영은 토트넘의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으로부터 칭찬도 받았다며 뿌듯한 마음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나고 걷고 있는 윤도영의 뒤에 마침 매디슨이 있었고, 두 선수는 하이파이브를 하게 됐다.
"매디슨이 내게 몇 살이냐고 물어봐서 민혁이와 동갑이라고, 친구라고 답했다"는 윤도영은 "계속 내게 굿 플레이어라고 얘기해줬다. 앞으로 더 잘하라고 덕담했다"며 활짝 웃었다.
EPL 선수들과의 유니폼 교환도 잊지 않았다.
윤도영은 "형들이 이미 유명한 선수들을 하실 것 같았다. 한발짝 뒤에서 타이밍을 보다가 티모 베르너가 교환을 안 한 것 같아서 유니폼을 요청했는데 아예 새 걸 주셨다.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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