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빨리 달려야 해? 오늘부턴 '즐겁게 달리기' [이지은의 신간]
내 몸에 맞는 달리기로
꾸준히 쌓는 성취감
"무슨 운동 하세요?"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답은 아마도 '달리기'일 것이다. 달리기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운동 중 하나다. 기구도, 어려운 동작도 필요 없고 운동화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해서다.
달리기 붐이 뜨겁다. 낮이고 밤이고 달리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띌 만큼 달리기는 '핫한' 운동이 됐다. 달린 경로와 주행 거리가 표시된 GPS 지도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유하거나, 러닝 크루를 형성해 함께 달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운동화 끈 한번 질끈 매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의지 하나로 무턱대고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은 드물다. 운동을 통해 변화하고 싶다는 기대, 빨리 능숙해야 한다는 부담,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겠단 욕심 등 결과 지향적 생각들이 시작을 망설이게 한다.
이재진의 신간 「마라닉 페이스」는 대형 방송사 PD를 그만둔 뒤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변화와 마주하며 얻은 즐거운 경험을 다룬 이야기다. 러닝 유튜브 채널 '마라닉 TV'의 운영자인 저자는 1500여 일간 10㎞를 매일 '즐겁게 달리기'를 실천 중이다.
이 책은 단순히 달리기 노하우나 스킬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지금 한 발 내딛는 것만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작지만 '해내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달라진 자신과 마주할 거라는 설득과 동기부여가 담겨 있다.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단어인 '마라닉'은 '소풍하듯 즐겁게 달리자'는 의미로, 러너들 사이에선 종종 쓰이는 조어다. 숨 가쁘게 달리기, 빠르게 달리기가 아닌 내 호흡을 느끼며 '몸이 나아가는 속도에 맞춰 달리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문득 '경쟁도 아닌데 왜 빨리 달려야 하지?'란 생각에 60∼70% 정도로 속도를 줄였더니 30분 가까이 쉬지 않고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며, '얼마든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감각은 꾸준히 달리기를 이어 나갈 동력은 물론, 끌려가는 삶이 아닌 끌고 가는 삶으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결심을 꾸준히 실행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비결로 '작은 성취 습관'을 꼽는다. 5㎞ 달리기를 '성장의 시작점'이라면서, 대략 30분의 짧은 달리기가 혈압 및 혈당 조절, 면역력 강화, 근골격계 강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로 인한 긍정적인 기분으로의 전환 등 거의 모든 신체·정신 건강상의 효과를 제공한다고 힘줘 말한다.
꾸준히 쌓이는 자신감도 달리기를 통해 얻는 중요한 변화다. 저자는 주로 새벽 시간을 활용해 달린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오늘도 해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그렇게 자잘한 성공의 경험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고, 인생의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힘이 길러진다."
저자는 "마라톤과 피크닉이란 상반돼 보이는 두 개념의 조합처럼 '나와 가족' '건강과 일' '혼자와 함께',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속도보다는 명확한 방향을 우선시하는 달리기, 내 몸에 맞춘 달리기인 '마라닉 페이스'로 달려볼 것을 권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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