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바꾼 '히든카드' 도경동…원우영 코치 "온몸에 소름이 쫙"[올림픽]

권혁준 기자 2024. 8.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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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3연패.

원 코치는 "도경동은 워낙 성실한 선수다. 올림픽 준비할 때뿐 아니라 그전에도 훈련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 해줬다"면서 "키도 크고 스피드도 좋은 데다 인성도 좋은 아주 훌륭한 선수"라며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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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막판 투입, 5-0 활약…"투입 전 제스처 보고 확신"
2012 런던 이어 코치로 金…"오늘이 백배 천배 기뻐"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파리=뉴스1) 권혁준 기자 =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역사적인 올림픽 3연패. 결승전의 일등 공신은 '히든카드'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이었다. 결승전 막판 투입돼 5점을 책임진 도경동은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이 '작전'을 설계한 원우영 사브르 코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여러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었는데, 잘 해주니 너무 좋아서 미칠 뻔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28), 박상원(24·이상 대전시청),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으로 이뤄진 한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전의 최대 고비는 6라운드였다. 줄곧 리드를 지키던 한국이 오상욱이 흔들리며 30-29로 추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한국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맏형 구본길 대신 '후보' 도경동을 투입한 것. 도경동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 경기에 나선 순간이었다.

원 코치는 "상대 팀 세 번째 선수(크리스티안 라브)와 (도)경동이의 스타일이 잘 맞는다고 봤다. 무엇보다 경동이가 자신감이 있었다"고 투입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줄곧 연습했던 '시나리오'는 7라운드가 아닌 8라운드 박상원의 자리에 도경동이 투입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즉흥적으로 작전을 바꿨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여 받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8.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원 코치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여러 옵션을 생각했다"면서 "헝가리가 이란과의 4강전에서 라브로 교체를 하는 것을 보고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했다.

원 코치조차도 '반신반의'했지만 작전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도경동이 라브를 5-0으로 압도했고, 1점 차까지 좁혀졌던 격차가 35-29, 6점 차까지 벌어졌다.

원 코치는 "사실 경동이가 들어가기 전에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더라. 자신 있는 모습을 보고 확신이 생겼다"면서 "그래도 5-0까지는 예상 못했다. 5-1, 5-2 정도를 생각했는데 정말 잘 해줬다"고 기뻐했다.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돌아온 도경동도 흥분상태였다.

원 코치는 "경동이가 들어오면서 '코치님 제가 믿으라고 했죠'라고 하길래, '뽀뽀라도 해줄까'라고 했다"면서 "경동이 덕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큰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과 감독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프랑스 올림픽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손가락으로 3연패를 의미하는 '3'을 펴보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07.31. ⓒ AFP=뉴스1 ⓒ News1 김종훈 기자

원 코치는 "도경동은 워낙 성실한 선수다. 올림픽 준비할 때뿐 아니라 그전에도 훈련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 해줬다"면서 "키도 크고 스피드도 좋은 데다 인성도 좋은 아주 훌륭한 선수"라며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원 코치는 이날 금메달로 선수에 이어 코치로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맛봤다. 그는 3연패의 시작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당시와 이날의 기분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원 코치는 주저없이 "오늘"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 때보다 코치로 땄을 때가 100배, 1000배는 더 기쁘다"면서 "선수 때는 나만 잘 하면 되는데, 코치로는 선수 전체를 챙기고 외부적인 운영까지 해야 한다. 힘든 게 더 많았기에 더 기쁜 금메달"이라며 활짝 웃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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