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들의 씁쓸한 초상…신간 '어쩌다 예술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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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 배를 곯을 때는 / /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 가는 것은 / 없다."
저자는 조금 극단적이지만 매월 100만원 이하를 벌면서 하루 8시간씩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한 각오가 없다면 예술계 진입을 재고해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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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 배를 곯을 때는 / … / 젊든 늙었든, 선량하든 악하든 / 작가만큼 서서히 힘겹게 죽어 가는 것은 / 없다."
찰스 부코스키의 시집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중 시 '지옥은 닫힌 문이야'에 나오는 구절이다.
예술가들에게도 밥벌이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다. 세기적인 재능을 지녔던 문인이라도 마찬가지다. 카프카는 노동보험공단에서, T.S 엘리엇은 은행에서, 그들의 재능을 '낭비'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끝나고 나서야 그들은 한밤에 글을 썼다. 소설가 김연수도, 김훈도,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예술가도 그랬다.
"배를 곯게 하는 망할 놈의 일"이라는 예술의 전통은 21세기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예술교육가인 김태희 바라컬처스랩 소장은 신간 에세이 '어쩌다 예술을 해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술만으로 먹고사는 동료들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예술을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었지. 다른 곳에서 돈을 벌어 물감을 사고 무대를 빌리며 예술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러니한 젊은 예술가들…."
시대는 발전했지만, 밥벌이 상황은 오히려 악화했다.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 탓이다. 1960년대만 해도 미술학과는 홍익대 미대 하나였다. 현재는 미술을 쪼개고 디자인을 쪼개 관련학과만 십 수개로 늘어났다. 전국에 다섯 손가락에 불과했던 연극영화과는 80여개로 불어나 매년 수천 명의 연기자를 배출하고 있다. 실용음악과는 난립한 상황이다. 지난 20여년간 "100명이 졸업하면 최소 10명 이상은 예술학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반면 예술시장은 그만큼 커지지 않았다. 저자는 TV, 영화, 가요 등 일부 시장은 커졌지만, 예전 그대로이거나 규모가 축소한 영역도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조건이 악화해감에도 젊은 청춘이나 청소년들은 너도나도 예술가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결심의 기저에는 잘 나가는 가수나 성공한 배우가 되겠다는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속적 성공과 부를 거두기 위해 예술계에 투신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성공 확률이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낮기 때문이다.
"2013년 대학 수학능력시험 지원생이 67만명이었는데, 그해 가수가 되겠다고 'K팝 스타'에 출사표를 던진 지원자가 200만명이 넘었어."
저자는 조금 극단적이지만 매월 100만원 이하를 벌면서 하루 8시간씩 꾸준히 할 수 있을 만한 각오가 없다면 예술계 진입을 재고해보라고 권한다. 경제적으로 이보다 나쁜 상황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만약 결심이 섰다면 마치 농사를 짓듯, 꾸준하게 "씨뿌리는" 작업을 하라고 조언한다.
"영어 단어 농업(agriculture) 안에도 컬처(culture)가 있는 것을 보면 문화도 농사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기르고 가꾸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걸 옛날 사람들이 이미 알았던 것 같아. 문화예술이 농사와 같다면 예술가는 젊은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히 보이지. 거두는 게 아니라 뿌려야 하는 거야. 지금은 울더라도 괴롭더라도 어렵더라도 뿌리는 시기인 거야."
착한책가게. 2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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