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트레이드 마감일' 아무 일 없었지만…KBO 역사상 이런 밤 없었다, 5G 109득점 '한국은 투수 지옥'
[OSEN=이상학 기자] 소문만 무성했던 프로야구 트레이드 마감일. 끝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전국 5개 구장에서 무려 109득점이 쏟아지면서 트레이드 못지않은 충격의 밤이 됐다.
지난 7월31일은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일이었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각종 루머가 무성하게 번지고, 실제 마지막 날에 이뤄지는 트레이드가 꽤 있었다. 1998년 박종호(LG→현대), 1999년 진갑용(두산→삼성), 2011년 박병호(LG→넥센), 2017년 김세현(넥센→KIA), 2018년 강승호(LG→SK) 등이 트레이드 마감일에 팀을 올겼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면서 올해도 여러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밑에서 여러 팀들이 카드를 맞췄지만 최종 성사되지 않으면서 7월이 지나갔다.
가장 관심을 모은 트레이드 카드는 키움 투수 조상우. 리빌딩 시즌을 보내고 있는 키움은 지난 5월30일 내야수 김휘집을 NC에 주며 2025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라운드 지명권 2장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미래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내년 시즌 후 FA가 되는 조상우의 트레이드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1~3위 KIA, LG, 삼성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 팀들이 불펜 난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상우 영입설이 대두됐다. 실제 트레이드 의사를 타진한 팀들도 있었지만 키움이 요구한 대가가 너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우가 지난달 16일 어깨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복귀하지 못하면서 트레이드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또 다른 팀들 사이에서도 트레이드 논의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서 요청하고 카드를 맞춰도 프런트 윗선에서 결재가 떨어지지 않아 불발된 케이스도 있었다. 마감일 전부터 구단에 조심스럽게 트레이드를 요청한 선수도 있었으나 카드가 맞지 않아 기존 팀에서 계속 뛰게 됐다.
비록 트레이드 없이 마감일이 지났지만 진짜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른 의미로 올해 트레이드 마감일은 야구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트레이드 성사 여부로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는데 5개 구장에서 107득점이 쏟아지면서 KBO리그 역대 1일 최다 득점 신기록이 나온 것이다.
광주 두산-KIA전(30-6 두산 승리), 수원 한화-KT전(18-7 한화 승리), 문학 롯데-SSG전(12-11 SSG 승리), 잠실 삼성-LG전(11-5 LG 승리), 고척 NC-키움전(9-0 NC 승리) 등 전국 5개 구장에서 총 109득점이 나왔다. KBO리그 1일 최다 득점 신기록.
종전 기록은 106득점으로 지난 1999년 6월13일 나왔다. 당시 8개 구단 시절로 대구 쌍방울-삼성전(5-3 쌍방울 승리), 잠실 현대-두산전 더블헤더(1차전 5-2 두산 승리, 2차전 9-2 현대 승리), 광주 롯데-해태전 더블헤더(1차전 11-9 롯데 승리, 2차전 13-5 해태 승리), 청주 LG-한화전 더블헤더(1차전 16-9 LG 승리, 2차전 9-8 LG 승리) 등 7경기에서 총 106득점이 쏟아졌다. 1999년은 KBO리그 역대 최대의 타고투저 해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블헤더 없이 2015년 이후 이어진 10개 구단 1일 5경기 체제에서 나온 역대 최다 득점이라 더욱 놀랍다. 광주에서 무려 36득점이 폭발했는데 두산이 역대 최초로 한 경기 팀 30득점 경기를 펼쳤다. 1997년 5월4일 삼성이 대구시민구장에서 LG 상대로 기록한 27득점을 27년 만에 경신했다. 당시 삼성 타자였던 이승엽은 두산 감독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두산이 KIA 상대로 거둔 24점차 승리도 KBO리그 역대 최다 득점차 경기 신기록. 종전 기록은 2022년 7월24일 KIA가 롯데 상대로 거둔 23점차(23-0)였다. 두산 새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은 첫 선발 출장 경기에서 투런 홈런 두 방 포함 6타수 5안타 8타점을 대폭발했다.
광주뿐만 아니라 다른 구장에서도 득점 파티가 벌어졌다. 수원에선 한화가 선발 타자 전원 안타로 장단 22안타를 폭발하며 18득점을 올렸다. 고척에선 NC가 7회에만 8득점 빅이닝을 펼쳤고, 문학에선 SSG가 9회말 투아웃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동점 스리런 홈런이 터지면서 10-10 동점으로 연장에 들어갔다. 롯데는 마무리 김원중이 무너지면서 9회 5점 리드를 날렸다. SSG는 10-11로 뒤진 12회말 오태곤의 끝내기 역전 투런 홈런으로 천신만고 끝에 12-11 재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KBO리그가 얼마나 타고투저인지 보여준 날이었다. 2015년부터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뒤 모든 팀들이 심각한 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올해 KBO리그의 여러 규정 변화도 타고투저를 부추겼다.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는 타자들이 자신의 일정한 존에 적응하면서 점점 투수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베이스 크기 확대와 수비 시프트 제한도 투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설상가상으로 공인구 반발력까지 상승하면서 KBO리그는 그야말로 투수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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