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신간] 몬스터·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 몬스터 = 배리 윈저스미스 지음. 진서희 옮김.

'울버린 웨폰 X', '코난 더 바바리안'의 작가이자 '엑스맨', '어벤저스',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작화에도 참여한 미국 만화계 거장 배리 윈저스미스의 첫번째 그래픽노블이다.

'몬스터'는 윈저스미스 작가가 1984년 '헐크' 탄생 에피소드에 참여하면서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약 30년 뒤인 2021년 확장해 새롭게 만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순진한 젊은이가 어떻게 끔찍하고 위협적인 괴물로 재탄생하게 되는지를 그렸다.

1964년 바비 베일리라는 스무세살 청년이 미군 입대를 위해 신병 모집소를 찾는다. 가정폭력으로 한쪽 눈을 잃은 바비 베일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천애 고아라는 사실을 확인한 모병담당관 맥팔랜드 중사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그를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 대상자로 보낸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 인간병기를 만들기 위한 비인간적인 인체 실험이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맥팔랜드 중사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흉측한 외모지만 여전히 순진한 젊은이의 마음을 간직한 바비는 실험장에서 탈출해 자신이 어릴 적 살던 집으로 향하고, 군이 끈질기게 그 뒤를 추격한다.

전쟁과 냉전으로 인해 평범하던 가정이 깨지고, 인간의 정신이 붕괴하며 종국에는 신체까지도 괴물처럼 망가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여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맥팔랜드 집안에 내려오는 영적인 능력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신비한 분위기도 더했다.

이 만화는 2022년 윌 아이스너 어워즈에서 최우수 그래픽노블, 최우수 작가, 최우수 레터링 상을 받으며 3관왕의 영예를 안았고, 같은 해 프랑스 만화비평가협회 만화상을 받았다.

교양인. 368쪽.

▲ 반장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4 = 수신지 지음.

학창 시절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만화를 보면 주로 '일진'이나 '왕따' 이야기를 다루곤 한다. 학교에서의 갈등 상황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견 잔잔해 보이는 모범생의 삶도 이 못지않게 수많은 갈등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만화는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모범생 이아랑, 곽연두, 하은이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담았다.

뭐든 1등이 되기 위해 열심인 반장 아랑, 공부는 잘하지만 모범생으로 보이기는 싫은 연두, 모범생이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은이는 제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이들은 수학여행 버스에서 어떻게 앉을지를 놓고 끙끙 앓기도 하고, 괜한 오해가 쌓여 서로를 멀리하기도 한다.

반장으로서 의무감에 시달리는 아랑은 선생님의 지시와 친구들과의 우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연두는 마음에 드는 남학생 때문에 친구를 경계하게 된다. 은이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기분에 잠긴다.

'며느라기'로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 한국만화가협회장상, 2018년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부장관상의 영예를 안은 수신지 작가의 최신 만화다.

작가는 '며느라기'에서도 그랬듯 마치 손톱 거스러미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거슬리기 짝이 없는 상황을 잘 포착해 생생하게 그렸다.

1990년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그렸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고민을 담아내 세대와 무관하게 공감하기 쉬운 이야기로 만들었다.

귤프레스. 144쪽.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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