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부품 계약 일방 파기···전기차 캐즘이 소재기업까지 덮쳤다 [biz-플러스]
배터리공장 신설 중단에 파우치 공급 '백지화'
완성차업체 잇단 속도조절···국내 소재사 긴장
율촌화학(008730)은 본래 과자, 라면 등 포장지를 만들어 농심에 납품하던 농심홀딩스(072710)의 자회사였다. 하지만 2019년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새 성장동력을 낙점한 뒤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지난해에는 830억 원을 투자해 알루미늄 파우치 공장을 증설했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파우치형 배터리 셀 외부 포장재로 외부충격으로부터 배터리셀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원형과 각형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형태 변경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율촌화학이 파우치 공장을 증설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와 맺은 1조5000억 원 규모의 부품 공급 계약 때문이다. 이는 기존 매출의 세 배에 이르는 규모인 만큼 율촌화학은 생산 시설을 3배 가까이 늘렸다. 판지 사업부문을 태림포장에 430억 원에 매각하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얼티엄셀즈는 최근 율촌화학과 맺었던 공급 계약을 일방 해지했다. 율촌화학은 31일 얼티엄셀즈와의 10억4202만 달러(약 1조4872억원) 규모 리튬이온배터리(LIB) 제조용 알루미늄 파우치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2022년 9월 해당 계약을 체결한 지 2년 만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이차전지 업계가 공장 설립을 늦추거나 계획을 철회한 적은 있으나 배터리 소재 공급 계약 자체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율촌화학은 "계약 상대방의 요청에 따른 계약 해지"라며 "법률 검토 후 위약금 관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사업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율촌화학은 이날 개장 직후 29.90% 내린 2만110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공급 계약 해지는 GM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계약 취소에 따른 패널티(위약금)을 감수하고 해지 작업을 진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현재 수요 둔화에 맞춰 전동화 전환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GM은 23일 "올해 계획했던 뷰익 전기차 모델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쉐보레의 실버라도 EV와 GMC의 시에트라 EV 등 전기 픽업트럭의 생산 시점도 내년 말에서 2025년 중반으로 늦추기로 했다. 특히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미 미시간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도 최근 일시 중단했다. 얼티엄셀즈와 율촌화학의 계약 파기는 바로 이 공장 설립 중단의 여파다. 공장 설립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자연스럽게 배터리 소재 공급이 필요없어진 상황인 것이다.
배터리 소재업계는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시장의 둔화가 이차전지 공급망까지 흔드는 후폭풍을 가져올 가능성 때문이다. GM뿐 아니라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계약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포드는 SK온과 짓기로한 미국 켄터키주 배터리 합작 2공장 가동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 튀르키예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추진하던 25GWh 규모의 합작 배터리 공장 설립 계획도 철회했다. 폭스바겐 또한 9일 "전기차 모델 ‘아우디 Q8 e-트론’을 생산하는 브뤼셀 공장 구조조정 또는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재 업체 사이에서는 캐즘의 여파가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종합 장비 업체 에스에프에이(056190)(SFA)는 올해 이미 세 차례 프로젝트 지연 공시를 낸 바 있다. 스웨덴 노스볼트 등 고객사의 현지 공장 건설 지연 등이 원인이었다.
주요 소재 업체들은 일단 생산능력 하향 조정 등을 통해 캐즘에 대응하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손실 546억 원을 기록한 에코프로(086520)는 30일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 하향 및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051910)도 콘퍼런스콜을 통해 “고객사의 생산량 조정 계획에 따라 올해 양극재 출하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40%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추가적인 공급계약 취소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확대 등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만큼 11월 미국 대선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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