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사회보장제도의 미래를 생각하며

2024. 8.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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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인간사 대부분은 경제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과거 사회는 윤리성에 큰 비중을 뒀지만 현대 사회는 재원 확충이 더 중요하다. 특정 정책 수행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가 그 사업의 타당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큰 정책 가운데 하나가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유지이다.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성장은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지만, 이제는 국가 미래를 위해 현재 실행 중인 사회복지 정책을 개편하거나 새로운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국가가 모두 책임진다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구호는 신선했다.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 학업과 병원비 그리고 주택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은 유럽을 동경하게 했다. 1942년 영국 노동당이 주창한 이 구호는 사회보장제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노동당은 이 구호로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각 나라는 영국이 시작한 이 구호를 실행하려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고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구호를 선점한 영국 노동당은 과감하게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거를 의식한 보수당도 덩달아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했으나 국민이 갈망한 복지 천국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은밀하게 따져보면, 이 구호는 사회보장제도 목표 설정일 뿐이었다. 물론, 이 구호가 시작된 이래 복지 정책의 발전과 개선은 눈에 띠게 두드러졌지만 사회보장제도가 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사회보장제도가 구호처럼 정착되지 못한 이유는 복지 정책을 실행할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여러 분야로 확대된 복지 정책을 지원할 재원 마련에 실패했다. 과다한 복지 정책의 확대는 경제 침체를 가중시키며 영국병을 낳았다. 복지 정책의 확대는 영국 경제를 지탱해 온 중산층 몰락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만들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 세운 측면도 있지만, 과다한 복지정책의 확대는 국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다. 더욱이 복지 정책 활성화는 부정적 정서를 낳았다. 저효율 노동을 제공하고 고임금을 받는 상황으로 국민 정서가 변해갔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는 영국 국민의 이타적이고 과감하며 적극적이던 성품을 방관자와 의존적인 성격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우리의 현실도 영국과 비슷하다. 국가가 시행한 사회보장제도 확대와 사회복지 정책 실행이 행복한 미래를 만들 것이라 생각했다. 사회복지 정책에 무임승차하려는 국민이 늘어났다. 노동의 대가 없이 평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자들이 생겼다. 실업 급여 정책을 악용하여 직장을 옮겨 다니는 자들도 있다. 정치가는 재원 마련 대책도 세우지 않고 전 국민에게 긴급 생활비 지원을 주장한다. 이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것이다. 무분별한 국가 재정 지출은 다음 세대에게 견디기 힘든 부채만 남길 뿐이다. 보편적 복지의 실현은 우리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제라도 사회보장제도 실행 재원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인지하기 시작하니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합리적 사회보장제도 실행을 재고해야 한다. 국가 재정을 기득권 유지에 사용하려는 비도덕적 사고도 버려야 한다. 정치인이 표를 의식해 무상으로 국민에게 지급하겠다는 돈을 생각 없이 받다가는 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취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졸 실업자가 4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양질의 직업만 기대하는 젊은 세대의 정서가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꼭 필요한 복지정책을 운영해야만 다음 세대의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영국 정부가 2011년 직장의 정년을 없앤 이유가 연령차별 폐지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국가 재원 부족으로 연금 지급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면서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부동산 세수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고 재원 마련 없이 무분별한 복지 확대로 힘겨워하는 유럽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국민 의식이 의존적으로 변해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민족 정서를 잃을까 두렵다.

신인철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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