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개들은 도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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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 집 앞을 산책하거나 공원에 나가 보면, 애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 같았으면 도덕의 영역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자율적으로 지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이런 행동들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그것이 도덕의 영역에 있는가, 법의 영역에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물지 않는다면, 차라리 개가 도덕적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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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에 집 앞을 산책하거나 공원에 나가 보면, 애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저 큰 개가 다른 사람을 물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풀어놓은 걸까? 입마개라도 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도대체 똥은 왜 안 치우는 거야.'
유사한 생각이 드는 경우가 또 있다. '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는 걸까? 담배꽁초라도 길가에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으면 좋겠는데.'
우리는 이제 이것이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도덕의 영역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지만, 자율적으로 지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이런 행동들을 법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법만 지키면 됐지. 내가 법 위반한 게 뭐가 있어?"라는 말은 예절이나 도덕이 설 자리를 점점 좀먹어 가고 있다. 법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모든 행위가 허용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착각해 반복하는 행위들은 누군가에게 피해를 발생시키는 지경에 이르게 돼, 법으로 규율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채우지 않은 목줄로 인해 연예인이 사망하기도 하고, 길가에 버린 담배꽁초가 도시의 배수로와 하수구를 막아 홍수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 지경에 이르면 법으로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웬만하면 도덕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일을 법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법은 두 가지 고민에 빠진다. 대규모의 경찰력을 투입해서 목줄과 담배꽁초를 단속하자니, 도덕의 문제를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는 싫다 보니 '목줄 안 하면 징역 10년'의 형벌을 정할까 했다가도 이 역시 너무하다 싶어 그만둔다.
이렇게 하여,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애견을 산책시키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담배꽁초를 길가에 버리면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법이 탄생한다. 준법의식은 처벌의 확실성과 처벌의 강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데, 목줄이나 담배꽁초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도 하고, 법에 정해둔 과태료가 딱히 부담되지 않기도 하므로 쉽게 위반할 수 있다.
있는 법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벌받지 않는 경험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자의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법과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을 구별하게 된다.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유리창이 깨져있는 건물이었을 뿐인데, 안에 있는 가구를 부숴 보기도 하고, 벽에 낙서를 해보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허용되지 않는 일이지만 허용 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덕을 지키게 하려고 법을 만들었는데, 만들어진 법은 오히려 도덕관념을 사라지게 한다.
사람들이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그것이 도덕의 영역에 있는가, 법의 영역에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도덕이나 법 위반 행위가 가져올 불이익이 어느 정도로 확실하고 강하게 다가오는지에 의하여 결정될 뿐이다. 목줄을 풀어둔 견주가 목줄 풀린 맹견을 마주하기 전에는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물지 않는다면, 차라리 개가 도덕적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진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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